134호 [사설] 등록금이 아닌 교육개혁을 12% 인상하라!
 
 

134호[사설]

등록금이 아닌 교육개혁을 12% 인상하라!

 

학교 당국이 2000년도 등록금을 현재보다 1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아니 이미 2000년 1학기 대학원 입학예정자에게 12% 인상된 고지서를 발급하였으니, “인상되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등록금 협상은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포스트 시즌’이 되면, 학교 당국과 학생대표 사이의 줄다리기로 시작된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의 연봉협상을 떠오르게 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프로야구 선수는 그 시즌의 성적이 연봉인상의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하는 반면, 대학 당국은 판단기준이 될만한 성적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학교 당국이 제시한 등록금 인상의 첫 번째 근거는 ‘교육원가 회수’이다. 대부분의 원우들이 세미나실 하나를 빌리기 위해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연구할 공간이 없어서 ‘공간문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판국에 교육원가라니? 아마도 교육원가로 계산한다면 대학원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절반으로 줄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향후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이다. 이는 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등록금으로 구성되는 교비를 통해 본교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본교의 문제는 등록금의 액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재단 전입금의 부재와 재단의 육성의지 부족에 기인한다. 등록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12% 인상시 무려 70% 수준)에 대한 반성보다 오히려 돈을 더 내어야 본교의 미래가 있다는 식의 협박성 논리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등록금 협상 시에만 등장하는 다른 학교와의 비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학교 당국의 18번은 “본교의 등록금이 타대에 비해 싸다”라는 것이다. 금액만을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교육 환경, 교육 개혁 등에 대한 본교의 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싸다”만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이다. 더구나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타대와의 비교를 통해 무언가 요구하려고 하면 “왜 남하고 비교를 하느냐, 우리의 현실이 중요하다”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12% 인상에 대한 근거는 매우 빈약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등록금을 책정하는 과정이다. 대학 당국은 대학발전위원회 산하의 등록금 소위원회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협의를 제안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들은 차후에 공개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하지만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이미 인상된 고지서는 발송된 상태이다. 이는 학교 당국이 학내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와 조정을 거칠 의사가 애초에 없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일방적인 과정으로 제시된 인상근거라는 것을 학생들 역시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아직 등록금 인상에 대한 논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단, 학교 당국이 학내 구성원들과의 협의를 소중하게 인식하고, 본교 대학교육에 대한 타당한 분석을 근거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본교의 등록금 협상이 장삿속에 근거한 흥정이 아니라 교육의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자리 매김 될 수 있도록 학교 당국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과 개혁을 12%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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