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호 [사설] 인터넷 시대의 3S (sex, stock, starcraft)
 
 

136호 [사설]

인터넷 시대의 3S (sex, stock, starcraft)

 

5공화국 시절의 3S(sex, sports, screen)에 파묻혀 산 것이 어제 같은데, 요즘은 인터넷 붐이 일면서 3S(sex, stock, starcraft)라는 조어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5공이나 오늘날이나 3S라는 말이, 혹세무민하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대가 지났건만 ‘sex’가 우리 시대의 뜨거운 감자인 것은 여전하고, 사람들은 스포츠 대신 주식의 한탕을 통해 행복을 얻고, 영화관 대신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과거의 3S를 얻기 위해선 사창가든, 야구장이든, 영화관이든 이동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은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통합적 3S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멀티한 인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인가.

인터넷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을 흔히 네티즌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물론 여기에는 철지난 헤겔주의의 영광이 서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네티즌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야할 덕목이 여전히 책임감과 성숙성과 계몽임을 확인해 준다. 그런데 온라인 스타크래프트상에서 가장 욕설이 심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우리에게 성숙성은 여전히 요원한 조건임을, 미디어의 신화는 미숙한 아이들에게 총을 준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이버 범죄도 종종 눈에 띈다. 모 학교 고등학생인 K군이 해킹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한 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의 게임 상대였던 이모씨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사각방패 등 이씨의 게임무기를 훔쳐 다른 사람에게 3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접할 때, 우리의 청소년들이 세계적인 해커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적인 네티즌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네티즌이 되는 것이 인터넷을 하는 목적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는 늘 익명성을 악용해 왔다. 그 후광에는 언제나 과도한 열풍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국민당 인터넷 사용경험이 가장 많다는 것도 이상 열기를 뒷받침한다. 과열의 코스닥 열풍, 세계적인 미디어 합병에 따라 국내의 미디어사들도 합병과 세불리기가 한창이고, 국민 PC로 선도되는 인터넷 사업은 컴맹을 문맹보다 더한 것으로 변모시킨다. 늘 반복적으로 내리는 결론이지만, 중요한 것은 컨텐츠이지 양적 팽창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를 운용할 성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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