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사설] 자기가 검열하는 사회
 
 

137호 [사설]

자기가 검열하는 사회

 

이동승 감독의 <색정남녀>는 <죽이는 이야기>(여균동)처럼 홍콩 영화산업을 둘러싼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정작 홍보문구는 영화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장국영과 서기’가 사고를 저지를 것처럼 표현을 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장국영의 연인은 막문위(<타락천사>에 등장하는)이고, 영화초반의 격렬한 5분간의 정사 역시 장국영과 막문위의 것이다. 하지만 엉뚱한 관계로 상상하도록 만드는 홍보문구의 전략 아닌 전략은 관객들을 혼동에 빠뜨리도록 의도되었다. 더군다나 영화의 핵심도 아닌 것을 마치 중심내용인 것처럼 떠벌린다.

이러한 예는 어제오늘의 관행이 아니다. 난해한 영화인 레오스 까락스의 <폴라 X>를 마치 금세기 최고의 정사씬을 담은 것처럼 묘사하거나 실제 정사라는 정보를 일부러 매스컴에 흘리는 것도 참으로 오래된 홍보관행이다. <노랑머리>의 선정적인 문구도 잊을 수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성에 대해 그렇게 보수적인 사회인데, 그렇지 않은 성향의 영화들도 일부러 홍보에 있어서는 성적 노출에 초점을 맞춘다.

더욱 화가나는 것은 <감각의 제국>을 20분이나 삭제하고 상영한 것이었다. 일반관객과 시사회장에서 봤는데, 과거 처절하게 보았던 그 장면에서 관객들은 웃고 말았다. 뭐 좀 과한 부분이 있으니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노출되어 처절하게 역겨워야 한다. 그래야 인물들의 관계가 그나마 이해가는데, 저렇게 잘리고 화면 처리되어 섹스를 상상하도록 만들었으니. 하긴 요즘 영화들을 보면, 성적 표현이 아니더라도 극장이 상영타임을 늘리기 위해 스스로 편집하는게 관행인 듯 싶다. 최근 아카데미 후보로 주목받는 영화들 대부분은 마구 편집되었다. 리플리도 20분 가량(아, 이건 동성애 때문인가), 그리고 모극장에서 <허리케인 카터>를 보려고 하니 20분이 사라진 시간표였다.

더욱 기분 나쁜 것은 관객들의 문화다. <거짓말>을 하이라이트판으로 인터넷에서 구경하고, <거짓말>을 봤다고 생각하더니 요즘은 <감각의 제국> 하이라이트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 미안하지만, 그러한 태도야말로 인터넷이 문화에 끼치는 해악이다. 극장의 관행뿐만 아니라 문화를 수용하는 이들의 태도 역시 낙후되었다. 하긴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없으니 <감각의 제국> 완판본을 인터넷상에서 불법 판매해도 할말이 없는 문화 풍토이기는 하지만 떳떳하게 즐길수 없는 지금 사회는 불우하다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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