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호 [사설] 5월은 잔인한 달
 
 

139호 [사설]

5월은 잔인한 달

 

대학원 생활에서 5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중간 레포트는 물론이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온갖 대소사가 한데 모여있다. 좀 과장을 하자면 경제적, 심리적, 지적 압박이 돌진해 오는 때이다. 신입생들은 서서히 무력감에 젖어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세상사와는 상관없이 분주한 사람들도 있다. 1차 논문 심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글을 다듬고 고치다보면 하루가 짧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상황은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벌써 중반을 넘어버린 발행횟수와 1차로 끝난 각 지면의 기획들은 별 소득 없이 절반의 날짜를 넘고 있다. 무엇이 바쁜지 좋은 시집, 좋은 소설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다. 억지스럽게 일정에 맞춰 두들겨댄 원서 발제문과 줄긋다만 몇 권의 책이 전부다.

이럴 때면 의례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굳이 국민학생들처럼 ‘사회면 특별기획: 신자유주의를 알자’, ‘학술면 특별기획: 소수 집단의 담론을 위하여’, ‘문화면 특별기획: 요즘의 읽을거리’라고 방향을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간을 넘어서면서 불안했던 마음 한 구석이 동한 탓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사회에 떠도는 담론의 유령들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풍문으로만 안다고 생각하는 지적 허영이 심한 것 같다. 지난호에 실렸던 것처럼, ‘부르디외’와 같은 서구 지성이 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체를 내세우고자 하는지 단순히 가십 정도로 다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IMF이후 친숙해진 신자유주의에 대해 대학원 주체가 인지하고 있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나아가 명색이 대학원생이라며, 좋은 국내의 소설이나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당신에게는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 신문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담론을 양산해내는 대학원 신문조차도 스스로의 무게에 너무 눌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학내에 출간되는 수많은 담론들(연구소별, 계열별 연구논집 등) 역시 5월을 맞이하여 소비성 축포로 쏘아 올린다. 되풀이되는 지적이지만 좀 더 생산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번의 고비를 넘기면, 총학생회 주체의 각종 세미나와 특강이 준비될 예정이다. 미리 머리를 비워두는 것도, 잔인한 5월을 넘기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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