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호 [사설] 지원하되 통제하지 말라
 
 

161호 [사설]

지원하되 통제하지 말라

 

일반전형폐지에 따른 파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전형 자체보다, 대학원 당국의 독단적인 결정에 있다. 본 신문사 또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 수평적인 소통구조를 만들려는 교육민주화 분위기에 역행하고 있고, 피교육자를 넘어서 연구자의 지위를 갖는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학원총학생회가 대학원장에게 면담을 처음 요구한 것은 지난 9월말 경이다. 그러나 면담은 아예 거부됐다.

이에 본 신문사에서는 그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사태의 확산 때문인지 대학원장은 지난 10월 29일에서야 면담을 허락했다. 그런데 면담 시작부터 당혹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대학원장 및 대학원장보는 취재 자체를 거부했고, 나중에는 녹음 및 사진촬영 거부로 대신했다.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학원생을 얕잡아보는 것을 넘어서 아예 동반자로 생각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면담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하고 있다”며 전형변경이 정당하다고 했다가,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본교에서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주먹구구식 논리를 폈다. 이는 이번 전형변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즉흥적 발상으로 처리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심층면접을 계획 중이라며 내놓은 자료에서도 그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미 대학입시 심층면접에 문제가 많다고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듯, 그 준비과정의 치밀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학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도대체 그런 면접을 심층적이라 칭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현재 대학원총학생회는 전면백지화를 내걸고 투쟁에 들어섰다. 현재는 홍보작업을 위주로 공론을 모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본 신문사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 아울러 단기적인 성과물을 챙기는 데 급급하지 말고, 보다 확실한 결과를 얻는 투쟁이기를 요구한다. 본 신문사 또한 지면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킬 것이며, 나름대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 애쓸 것이다.다만 면담결과를 미루어 볼 때, 이번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해본다. 연구자들을 바라보는 대학원장의 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학원운영의 철학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번 사설에서도 지적했듯, 현 대학원당국에는 무책임한 개혁드라이브만이 난무할 뿐이다. 개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원장 및 대학원당국은 ‘연구중심’의 기치를 놓고 있지는 않은가 물으려는 것뿐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대학원교육의지가 전혀 없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회계장부를 뒤적거리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통제와 관리의 방법이지,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대학원교육은 단단한 교육철학과 의지를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는가. 단 하나만이라도, 연구자 입장에 서서 그들을 독려하고 고무시키는 모습을 보여달라. 그럴 때에만 대학원장의 권위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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