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호 [사설] 대학원 사제관계를 본다
 
 

170호 [사설]

대학원 사제관계를 본다

 

5월은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달인가 보다.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온갖 행사들이 줄지어있다. 많은 대학원생은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 집에 가져가면서 약간의 즐거움과 약간의 민망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부산스런 행사 속에는 그렇게 즐겁지 만은 않은 스승의 날이 포함되어 있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또 어떤 조폭영화에서는 ?두사부일체?라 하여 ?두목과 스승, 아버지는 하나?라는 주장(?)까지 한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로 존경의 대상이 한정된 것은 아쉽지만, 한마디로 스승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삶의 지도자이며, 존경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대학원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떠한가. 대학원생들은 대학생일 때 보다 교수와 잦은 만남을 갖는다. 교수방에 일명 방조교로 일하기도 하고, 논문을 쓰기 위해선 수시로 지도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 때로는 젊은 교수와는 농구와 함께 술자리를 즐기기도 한다.

관계가 이렇다보니, 대학원에서의 스승과 제자는 친밀하면서 동시에 일상적으로 교수의 권위에 복종하는 대학원생의 모습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래서 교수 눈 밖에 나면 논문 쓰지 못한다는 풍문이 돌기도 하고 교수와의 마찰로 마음 고생을 하는 대학원생의 고민을 듣기도 한다. 대학원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 역시 밀접하지만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수에서 욕설을 퍼붓는 경우에서부터 교수를 구타한 대학원생까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문제가 심각함에도 교수와 제자간의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에 비해 경미하다 하겠다.

불균등한 권력에서 비롯된 관계는 두사부일체에서 이야기하듯 스승을 존경의 대상이나 삶의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교수는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씹히는 대상이 된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교수에 대한 술자리의 비판을 뒤로한 채 교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비참함을 느낀다.
과연 대학원에서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말하듯 학교와 교육이 붕괴했고, 사회의 규율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교수나 학생의 개인적 자질이나 소양이 문제일 수도 a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성은 없고 지식만을 강조하는 현 사회의 교육시스템에 있다 하겠다. 돈 되는 학문만을 육성하고, 스승은 지식공급자로 제자는 지식소비자로 규정된다.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존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현재의 위계적인 관계를 재생산함으로서만 지탱할 수 있는 뿌리깊은 학계의 풍토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형성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겠다.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갑갑한 문제이지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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