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호 [사설] 장애인이 다닐 수 없는 학교
 
 

171호 [사설]

장애인이 다닐 수 없는 학교

 

지난 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장애1급의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건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딸의 집에 다녀오던 장애인 박아무개 할머니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건 이후 1년 4개월만에 발생한 일이다.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할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시설이다. 주위에 휠체어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이상에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그 수많은 계단을 내려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장애인이동시설의 안전관리 및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권은 장애인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가까운 시장부터 동사무소까지 장애인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게다가 친구도 만나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한다. 장애인도 기본적인 사회생활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본교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라벌호나 봅스트홀은 차가 없는 장애인은 건물 자체에 접근할 수 없다. 일단,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서라벌호에서 장애인은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봅스트홀은 가파른 경사 위에 건물이 있기 때문에 차나 휠체어로는 도무지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본교에서 괜찮은 시설에 속하는 대학원 건물을 보자. 대학원 입구에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는 경사로의 각도가 너무 높아 힘이 약한 여성 장애인이 대학원 건물로 들어오는 일은 어렵다. 그래도 대학원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도 3층이나 4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장애인들은 절대 화장실에 가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학원 화장실의 입구는 도저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으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 하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점자블록하나 설치돼 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학원생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새로운 장애인의 이용·이동시설을 마련하는 재원으로 대학원생의 복지향상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니 말이다.

그러나 1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는 장애인계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약10%가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으며, 본교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교육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전체 인구의 10%나 되는 사람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언젠가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문제를 재원의 효율적 분배의 논리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기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감이 있다. 혹시 현재 우리는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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