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호 [사설 2] 열정에 관하여
 
 

176호 [사설 2]

열정에 관하여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는 빵과 예술과 낭만이 넘쳐나거나 그 반대로 굶주림과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욕망과 폭력만이 들끓을 것이다. 열정은 스스로를 불태우기 때문에 자신감을 낳고 잘못 더 나아가면 자신을 그르친다. 여기서 두 가지 삶의 태도가 나뉜다. 그렇게 열정만으로 살았던 삶에 대해 후회하는 자와 후회하지 않는 자. 이 태도의 거리는 멀고도 가깝다. 조금만 비틀면 가까이 있다. 대학원에서의 삶은 어정쩡하게도 그 두 태도 모두에 걸쳐있다. 이것을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열정 말고 또 다른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희미하게 체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대학원생들은 지하 공간에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할 만한 대상의 것도 아니다. 아는 사람은 침묵하고 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지하를 떠난다. 그래서 열정이 많거나 열정이 꺾인 사람은 곁에 두기 두렵다. <br><br>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만큼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지만 일부러 혹은 무의식적으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일은 좀더 길고도 오랫동안 혼자서 지하 공간에 앉아있어야 하는 일이다. 오늘도 지하공간에서 그대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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