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 [학술동향] 각 대학원 학술제 현황
2004-12-05 01:53 | VIEW : 164
 
207호 [학술동향] 각 대학원 학술제 현황

 


대학별 특성에 맞는 풍성한 추계 학술제 열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학술조직자치위원회(이하 학자위) 주관으로 학술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8일 시작해 이제 두 차례의 강연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학술제가 남긴 성과와 과제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은 차후로 미루기로 하고, 우리보다 좀 더 이르게 진행된 타 대학원의 학술제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경희대(10.18~30)를 시작으로 동국대(10.27~29), 고려대(11.1~5), 이화여대(11.3), 연세대(11.11~12), 중앙대(11.8~25), 서강대(11.22~26)순으로 추계학술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각 학술제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의 특징을 보인다. 개별연구회별로 자기주제를 갖고 발표하는 산발적 발표형식(경희, 동국, 서강), 특정 주제를 담아 이뤄지는 초청특강형식(연세, 이화, 중앙), 공통주제를 갖고 연구회별로 이뤄지는 발표형식(고려)이 그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학술제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는 학술제를 주관하는 단위와 지향점의 차이 때문이다.    
동국, 고려, 이화, 연세대는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이 주관을, 경희, 중앙, 서강대는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이 주관하여 학술제가 이뤄졌다.

먼저 특정주제를 갖고 참여방식의 다양화를 추구해 많은 주목을 받은 고려대의 경우를 보자. 올해 고려대 원총의 경우 학술사업부문 핵심과제로 소통이 있는 대학원 공동체를 지향하며, ‘세미나팀 재정지원 강화와 추계학술제를 논쟁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획강연회와 세미나팀 발표회로 진행된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형식과 내용에서 한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시간과 공간의 지도그리기”라는 주제로 열린 추계학술제에서는 세 차례의 강연과 세미나팀 주제발표회, 세미나팀 자유발표회,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상영등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형식에서의 접근이 이뤄진 학술제를 열었다. 특히 현대사상연구팀의 <역사적 시간에 대해:에니메이션 ‘천년여우’를 중심으로>와 오래도록의<가역성과 비가역성의 틀을 통해 살펴본 시간의 문제:데카르트와 베르그송을 중심으로>, 세계화와 정체성정치팀에 발표한 <시간회소성과 여가패턴의 변화> 그리고 ‘시간의식’이란 독립영화의 상영등은 학술제의 주제와 잘 부합되는 내용들로 이뤄져 기획과 개별연구팀의 연구가 조화롭게 이뤄진 사례로 뽑을 수 있다.
“세미나팀에 대한 지원의 확대로 연구지원속에 우수한 연구성과물들이 추계학술제때 발표되고, 취합되는 내용들이 호원논집으로 표출된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학술사업이 아니겠는가.”라고 대학원신문사(199호)와 인터뷰했던 학술부 차장의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60여개가 넘는 많은 세미나팀중 불과 7개의 세미나팀만이 참가했다는 점은 특정주제로 이뤄지는 학술행사의 구조적·내용적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학술제에서 전통적으로 개별세미나팀의 발표보다는 특정 주제를 잡아 이뤄지는 특강형식의 학술제가 이뤄졌다. 연세대는 <낯선이의 시선으로 영화보기, 음악듣기>라는 주제로 “문화예술의 취향과 구별짓기:<타인의 취향>에서의 부르디외의 장의논리(이동연)”와 “들뢰즈·가타리와 팝음악:불가능한 접속(신현준)”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의 강연이 이뤄졌고. 이화여대의 梨院학술제는 최근 여성운동 진영에서 다른 여성운동의 ‘차이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문제인식을 갖고 <여성운동, 새로운 지도그리기>라는 주제의 강연들을 통해 새로운 여성운동의 흐름을 짚고, 전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개별연구회별로 자기주제를 가지고 발표하는 산발적 발표형식의 학술제를 치른 서강대를 보자. 서강대의 경우 학단협이 존재하지만 중앙대의 학자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학자위가 학술공동체 문화의 창출조직으로, 분산된 개별 연구자들을 연구회라는 조직된 공간을 통해 상호 결합시킴으로써 학문생산의 주체인 연구자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는 지향점을 갖는다면 서강대의 학단협은 분과체계와 학회활동의 강화에 초점을 둔다. 즉 중앙조직 중심의 전체적인 학술기획·운영보다는 분과별 기획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강조하여 소외되는 하부단위가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업진행 방향에 있어 재정적·행정적 지원은 하향으로, 학술사업의 기획과 운영 및 학술활동은 상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은 이번 학술제의 모습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동국대와 경희대와 마찬가지로 재정적 지원에 대한 의무 부과의 차원에서 연구회들에게 학술제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면도 없지 않으나, 서강대의 경우 총25개 학회 중 23개 학회가 참가하는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타의 대학에 비해 대대적 재정지원에 따른 수혜 연구회들의 자발적 참여의 욕구 또한 증폭된 면이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적 작용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일 수 있으나 이들 대학의 경우, 전체계열 연구회들의 많은 참여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학술제 기획은 학내연구주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술제행사에 하나의 주제나 기조 혹은 계열별로 계열에 맞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관심사에 대한 학제간 연구의 기회가 차단되어 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각 대학원의 추계학술제를 기획과 참여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학술제를 아무리 잘 기획하고 다양한 형식의 시도를 한다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핵심기반인 기층연구회들의 연구와 연구성과물이 없다면 이는 마치 악기와 연주없는 음악회와 같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음악회가 열린다해도 청중없는 음악회 또한 공허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연주자다. 훌륭한 연주자는 끊임없이 연주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동료들의 연주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음악회는 제대로 열리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시점인 듯 하다.  

이호철 편집위원 rebel25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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