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내 안에 과학 있다] 자동판매기의 속내가 궁금하다
2005-03-13 18:08 | VIEW : 43
 




내 안에 과학 있다
자동판매기의 속내가 궁금하다






일상 속의 너무나 익숙한 기계들. 그 중 하나가 자동판매기라고 할 수 있는데 ‘내 안에 과학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커피에서 음주측정, 발냄새 제거에 이르기까지 삶의 구석까지 파고 든 자동판매기의 과학적 원리를 들여다보겠다.


먼저 자판기를 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돈을 넣는 것인데, 안에 들어있는 전자식 동전 검사기가 두 가지 과정을 통해 동전이 진짜인지 또 진짜이면 얼마짜리인지를 식별한다. 투입된 동전은 검사기를 거치면서 금속의 함유량과 크기가 판별되고, 전류를 통과시켜 일정 정도의 전류가 흐르는지를 알아보게 된다. 동전의 금속마다 통과하는 전류의 크기가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해 금액을 판별하거나 가짜 동전을 가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가려진 동전은 자동으로 동전제거기를 통해 자동으로 배출하게 된다.


이 검사를 통과하면 다시 자석과 광센서를 이용해 동전의 종류를 검사한다. 동전은 자석의 양 극 사이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이어 광센서에 의해 그 크기와 지나가는 속도가 측정된다. 만약 측정값이 어떤 동전의 종류와도 맞지 않는다면 동전 제거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따라서 멀쩡한 동전을 넣었는데도 배출구로 바로 빠져버리는 경우는 이러한 과정 중 하나를 인식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거나, 동전을 마르고 닳도록 써서 질량의 손실이 발생하여 굴러가는 속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 일본 엔화 중 500엔짜리 동전이 우리나라 500원 동전과 비슷해서 일본에 있는 자판기에서 부정사용한 사례가 적발되었다는 보도 들은 적 있을텐데 500엔 동전과 500원 동전의 무게와 질량, 함유량 등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폐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지폐는 크기, 투명도, 특수문양 등을 인식해야만 통과가 되는데 이 중 어느 한 부분이 이물질로 인식불가능하면 바로 뱉어낸다. 모 TV에서 방영되어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뱉어낸 지폐를 무릎에 여러 번 문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폐를 바로 인식하는데 그것은 의외로 단순한 발견에 불과하다. 지폐를 인식하는 특수문양에 묻어있던 이물질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간혹 문지름으로 인해 발생한 정전기가 흡입장치 내부의 자석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도 있으나 그건 정확한 이해가 아니다. 오히려 정전기는 전자기기의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오류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좋다.


이런 자판기의 기원은 언제부터인가. <한국 리더스다이제스트 잡학사전>에 따르면 자판기의 기원은 기원전 1세기 경, 지키는 사람이 없이도 참배객들에게 정화수를 얼마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후 종업원을 믿지 못한 사장님이나 불법서적을 판매하려는 자, 화장실을 유료화하려는 상술 등에 의해 발전을 거듭한 자판기는 이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대학원에는 수많은 자판기 종류가 무색할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다. 하다못해 스넥 자판기라도 놓을 수는 없었을까. 연구와 공부에 지친 원우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센스’가 필요하다.




김성욱 편집위원 0007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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