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호 [사설] 스승이여, 당신은 나의 동반자인가
 
 

187호 [사설]

스승이여, 당신은 나의 동반자인가



 

전통적인 유교문화에서 스승은 임금과 아버지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한 세 사람이 길을 갈 때, 그 가운데 스승이 반드시 있다고 하여 어느 경우에도 누군가에게서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하여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속한 유교 문화권의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영원히 함께 하는 일종의 동반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공간들 가운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가 가장 가시화, 일상화돼 있는 곳이 교육 현장, 즉 학교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동반자라는 의식을 찾아보기는 이제 어렵게 된 듯하다. 스승과 제자사이에는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한 일방적인 권력의 흐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최근 학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복지학과의 두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임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보여주는 두 교수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그들의 대응은 학생들과의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려는 의지는 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 학생들에 대한 압력과 회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인격적으로 완벽한 스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비판과 평가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수정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교수에게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부에 비해서 교수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대학원의 사제관계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물론 학문적인 특성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교수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논문과 수업 등의 많은 부분에서 속앓이를 하는 원우들이 있는가하면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대한 염증으로 다른 곳에서 자신의 학문에 대한 꿈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을 떠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제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원우들이 교과과목의 편성과 변경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을 통해 편성된 교과목에 적당한 교수가 없을 경우 교수와 원우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의 과정을 거쳐 적당한 교수를 초빙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개선이 교수와 학생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일소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작은 출발로서의 의미는 클 것이다. 이와 함께 단순한 교육의 수혜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대학원 개혁의 주체로 서고자하는 원우들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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