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호 [사설2]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보는 자교생들의 이중적 태도
 
 

191호 [사설]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보는

 

자교생들의 이중적 태도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로 대학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올해만도 지난달, 논문지도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도 복직했던 서강대 김아무개 교수가 피해 학생을 괴롭혀 해임됐다. 현재 서울시립대에서도 모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 해 1개월 정직처분을 받자 징계수위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본교에서도 학생간 일상적·환경적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발생해 이 문제에 관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이 몇몇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진위가 합리적으로 밝혀지고 해당 구성원들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사건에 대한 중심 논의는 애초의 성희롱·성폭력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몇몇 여학생들의 극단행동에 대한 지탄으로 왜곡·축소돼가고 있다. 와중에 양성을 막론하고 애교심과 중용의 원칙으로 무장한 격앙된 목소리는 진정으로 토론하고 대화할 문제를 덮어 가리고 있다.


이처럼 차이를 긍정하고 차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를 비폭력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성숙된 모습은 우리에게 아직도 먼 길이다. 학교 망신이라며 더 이상의 진상규명도 해결을 위한 노력도 아닌 가리고 치워버리기식 뒷수습을 바라는 글이 주를 이루는 토론장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있어 언제나 여성에게 이중의 멍에를 강요하는 철저한 남성위주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명예로운 일은 학내에 그 어떤 성희롱·성폭력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문제가 생겼다면 그 해결을 위해 성숙한 자세로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역시 명예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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