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호 [사설]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기
 
 

195호 [사설]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기

 

 

어느덧 봄과 함께 개강이 찾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로운 연구자들이 대학원에 들어왔다. 그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대학원을 선택했을까. 극심한 취업난에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석·박사 과정과 강사를 거쳐 교수가 되기 위하여 아니면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위한 학위가 필요하여 등등 나름의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중 혹시 진보적 학술운동을 위해 혹은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학원을 선택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 갈테야” 이는 <불나비>라는 민중가요의 일부분이다. 스스로를 불나비라 칭하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젊은이 김진균 선생은 지난 달 14일 우리 곁을 떠나 훨훨 날아갔다. 김진균 선생은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고인의 삶은 학문과 현실, 이론과 실천 그 접점에 있었다. 80년대 비판적 사회과학 담론을 이끌었던 <산업사회연구회> 설립을 주도했고,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와 <사회진보연대> 대표 등 진보적 학술운동의 길을 걸어왔다.


김진균 선생은 생전에 자본주의 모순이 지탱하거나 증폭하고 있는 현실에서 연구자가 채택하는 이론이나 개념이 불안정한 삶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효과를 주고 있는가에 대해 판단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이를 위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인지 혹은 이를 알려 내고 억제하고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살펴야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지식인·교수·연구자의 윤리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제언이 무겁게 다가온다.


이를 즈음해서 또다른 죽음을 접했다. 하청노동자도 인간이기에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며 분신을 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죽음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간존엄성은 개만도 못한 처지”라는 유서를 남기고 노동자가 죽음을 택하며 저항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연구자들은 어디에 서있는가. 단순히 노동자가 ‘또’ 죽었구나하고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학문은 현실에 기반한다. 그러나 학문하는 사람들, 연구자들은 점점 현실과 멀어져 책에, 연구실에, 실험실에 갇혀만 간다.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실천적 연구자의 모습을 기다린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두 사람의 죽음 그리고 동시대인 앞에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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