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호 [사설]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금지
 
 

197호 [사설]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금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만큼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조항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의 내용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기본적인 시민권은 그리 보호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작년 12월 2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이 16대 국회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됐다. 이 개악된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금지법률’에 반대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라 규정지으며 불복종 운동을 펴나가고 있다.


집시법 개악이 국민적으로 관심을 받게된 것은 경찰과 검찰이 집시법 제10조를 들먹이며 촛불집회를 야간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 등 촛불문화제 주도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논의는 엉뚱하게 집시법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촛불시위가 집회냐 문화제냐라는 문제로 흘러갔다. 중요한 것은 촛불시위가 평화적인 문화행사기 때문에 합법적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사회적 의제화하고, 이를 타인에게 주장하고, 설득시키는 집회 및 시위라는 행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합법/불법 논의를 떠나서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우리는 또다시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테러를 목격했다. 고 최옥란 열사 2주기를 맞아 열린 ‘최옥란 열사 추모제 및 장애인 차별철폐촉구 문화제’를 단지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는 이유와 일몰시간 이후라는 이유만으로 무대를 부숴 강제로 철거하고, ‘야간 불법집회’에 참가한 80여명이 넘는 장애·비장애인을 폭력적으로 연행해갔다. “촛불을 들지 않아서 강제해산 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장애인의 말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호하며 언론이 주목하는 촛불시위는 문화행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고, 정치적·사회적으로 소외된 장애인들의 추모문화제는 불법이기에 강제연행하는 아이러니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집시법 개악에 맞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불복종운동을 준비하고, 전개해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집시법은 시민들의 직접적인 ‘불복종’으로 깨트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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