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호 [사설] 다시, 파병을 반대한다
 
 

198호 [사설]

 

다시, 파병을 반대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해방을 선포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라크상황은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미국은 해방군임을 자처하고 평화와 재건을 외치고 있지만, 이라크는 해방되지 않았고 학살과 파괴만이 있을 뿐이다. 점령기간동안 죽어간 이라크인만해도 1만여명이 넘는다. 사담 후세인 전대통령의 축출을 환영했던 시아파마저 ‘반미항전’을 외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미국의 점령통치와 민정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라크인들은 강압적이고 테러적인 통치에 거세게 저항하며 자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파병했던 터키, 싱가포르, 니카라과는 이미 철군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뉴질랜드는 파병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많은 국가들도 철군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열차테러를 계기로 지난달 있었던 총선에서 파병을 결정했던 집권우파정당이 몰락함으로써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의 악화와 파병철회라는 국제적 흐름과는 무관하게 한국정부는 추가파병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어떠한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자명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평화재건’이라는 미사구어로 포장하고, ‘국제적 신뢰’를 강조하며 파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평화재건이고 누구와의 신뢰인가. 스페인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됐던 파병문제는 선거의 쟁점이 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병에 적극적이었던 기존 여·야 보수정당들은 파병철회라는 쟁점을 우회시키는데 성공했고 그 공간을 탄핵 찬·반을 둘러싼 공방으로 채워나갔다. 탄핵에서 그렇게 강조되던 ‘민주주의’라는 논리는 단지 한국에 국한된 정략적 단어에 불과했다. 이라크인들이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자치적 권리들을 왜 그토록 무시하는가. 테러에 대한 우려와 한국의 젊은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문제에 대해 새롭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 좀 더 대중적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일국적 관점의 이해관계로서가 아니라 보편성과 정당성에 맞게 좀 더 폭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하면서 17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파병철회안을 내겠다고 공언해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과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보다 강력한 대중의 직접행동과의 결합을 통해서만이 이러한 폭력과 야만의 침략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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