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호 [사설] 이제는 국가보안법 폐지다
 
 

199호 [사설] 

 

이제는 국가보안법 폐지다

 

 

영화 <송환>.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에 짖눌려 반쪽짜리 사상과 양심의 자유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에서 ‘간첩’과 지낸 12년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당당히 선언하는 이 영화. <송환>은 선댄스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 밝히고 있다. 영화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은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이념적·사상적 투철함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악랄한 악법인지, 그리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양심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최근 송두율 교수 재판을 통해 그 폭력성이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재판부는 송 교수에게 ‘저술활동’을 통한 ‘북한체제의 선전, 찬양’이라는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 수행”과 “경계인으로 포장”하고 저술활동을 벌여 국내 독자들에게 “북한정권이나 사회에 잘못된 환상을 갖게 했다”며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더욱이 사실상의 ‘전향서’를 강요하며, 진지한 반성이 없기에 중형에 처한다는 재판부의 입장은 국가보안법이 사법당국의 자의적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법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교수노조와 학단협 등 많은 단체에서 “과거의 법으로 학문과 지식인을 재단하지 마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 헌법 소원 청구와 송 교수의 무죄석방 탄원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현재가 최적기임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에서도 당선자의 90%가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은 강하게 인정하고 있고, 개혁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 역시 국가보안법 개폐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오죽하면 조선일보마저도 “국가보안법 논의해 볼 만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낼까.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국가보안법이 반인권·반민주적인 악법임을 인정하고 이를 진지하게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혁적인 포장지를 얻기 위한 혹은 수구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논의에 그쳐 일부개정이나 폐지 후 ‘대체입법’ 도입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 우려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원외정당 시절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역할이다.


거대 여야가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운 채 미적거리지 못하도록 17대 국회 개원과 9월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내에서의 한정된 논의만이 아닌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학계의 논의와 실천이 지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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