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사설] 생명죽이는 공사, 중단하라
 
 
202호 [사설]

 


생명죽이는 공사, 중단하라



지율스님이 단식 57일만에 천성산 고속도로 터널공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일단 공사를 항소심 판결 전까지 중지한다는 사실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된 것이다.
올림픽의 여파 때문일까. 재밌는 것은 마치 기록을 갱신하듯 하루씩 늘어나는 단식 일수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살 수 있느냐, 설마 뭐 먹었겠지” 사람들의 호기심은 지나치다 못해 저질이다. 그리고 때론 팔짱끼며 감히 훈계한다. “저렇게 굶으면서 하는 투쟁이 언제적 방법인데, 굶는다고 요구가 받아들여지나”
천성산 공사로 인한 지율스님의 단식이 이번 처음이 아니라 작년 38일, 45일 두 차례가 더 있으니 다양한 류의 이야기들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울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져서는 안된다. 또한 이를 이해해야 스님의 기도단식에 대한 천박한 논의들이 정리될 수 있다. 천성산 공사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개발의 논리와 보존의 당위가 치열하게 부딪치는 문제이다. 자신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하루공사지연 손해분을 꼼꼼히 따지고, 물류나 인원 수송이 빨라지는데 그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는 식의 주장을 내세운다. 노동자가 파업할 때 경제적 손해가 얼마라는 것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화폐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정부에 있다. 천성산 공사문제는 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핵폐기장 건설사업 등으로 이어져 온 노무현정부의 국책사업과 맥이 닿아있다. 그동안 중대한 국책사업에 난항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도롱뇽과 밥 안먹는 스님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지난 대선당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공사를 강행했고, 지율스님이 처음 단식할 때도 ‘노선 변경’으로 설득해놓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기존노선 강행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환경보호라는 말은 교과서에서만 등장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것 같은 어린이들에게만 집중적으로 교육되는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만 부여된 권리인 인권의 편협한 특권을 넘어 생명권을 모든 생명체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레비스트로스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사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의미를 이해한다면 지율스님의 단식기도는 자신을 나무, 숲, 도롱뇽 등 다른 생명체와 동일시하는 과정이고 이를 몸으로 체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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