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 [사설] 노점상 없는 학교 발전
 
 




[사설]  



노점상없는 학교발전


 


언니네, 엄마손, 이모집. 이 다정한 이름은 우리학교 정문앞에 있던 노점상의 간판 이름이다. 이들 노점상에서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나 순대를 먹곤 했다. 구 중대부고 담을 감싸며 늘어서 있던 노점상들은, 그래서 흉물스럽다기보다는 정겨웠다. 그런데 이들 노점상들이 사라졌다.  
노점상을 없앤 데에는 우선 좁은 도로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앞이 번잡스러운 것은 비단 노점상 때문만이 아니다. 워낙 폭이 좁은 인도도 인도거니와, 그 인도에 쭉 늘어서있기 일쑤인 갓길 주차된 차량도 한 몫을 했다. 다음으로는 미관의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노점상이 미관을 해친다는 것은 상대적인 미의 판단에 기준할 뿐이다. 오히려 노점상이 존재함으로서 학교 앞의 역동성을 찾을 수 있다.
우리학교 부속병원은 의대의 숙원이자, 학교 전 구성원의 염원이 담긴 학교발전의 의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앞의 노점상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에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학교가 담장을 허물면서까지 학교 주변의 이웃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노점상들이 배제될 어떤 이유도 없다. 현재 수많은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던 곳에는 전국노점상총연합의 농성텐트만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몇 해 전에 문제시됐던 이웃 숭실대 앞 상가철거문제를 연상시킨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학교발전이라는 당위 앞에서 박탈하려한다.
대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울타리 너머의 이웃들과 공존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그것은 학문의 공동체로서 대학 자체의 존재 의미와 연관된다. 우리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모토를 껴안고 있는가.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의라는 것과 참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삶을 포옹하지 못한다면 속빈 구호밖에 더 되겠는가.
우리가 노점상을 없앰으로서 잃는 것은 맛있는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몇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추억의 한 자락만이 아니다. 우리의 학문이 지향하는 하나의 지점, 즉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좀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는 것에 더 큰 상실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옆에 있던 사람들이 사라졌는데도 그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정문 앞에 수많이 붙여있는 대자보의 주장들이 공허해지는 것은 그 문구 문구마다 배어있는 절실함과 진정성이 주변의 노점상으로 향하지 않는 야박함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의 양심이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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