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호 [사설] 사회적 교섭, 본질 파악해야
2005-03-23 01:13 | VIEW : 48
 
사회적 교섭, 본질 파악해야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평소 노동운동을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노동운동의 도덕성 운운하고 있고, 평소 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 참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대파를 폭력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 조직내에서 더구나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구심점인 민주노총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폭력사태’가 아니라 ‘왜 같은 조직내에서 폭력까지 행사할 수 밖에 없었는지’와 관련된 것이다.


지난 15일 무산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안건은 ‘사회적 교섭’에 대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노사정위에 참여를 주장했고, 반대파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위에서 해결해야 될 사안이 아니라 투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노사정위 불참을 주장했다. 이렇듯 양쪽의 의견이 대립선을 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를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처리하려고 했으니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이후 18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의원대회 상정안건에 대해 위원장 책임하에 사업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이에 4월 1일 경고파업과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위원장 책임하에 진행한다고 한다.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을 노사정위가 아닌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이루려고 하는가.


최근 노동운동의 쟁점은 누가 뭐래도 비정규직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부의 비정규 법안을 막아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외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화가 아닌 투쟁이 필요함’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교섭, 말은 참 멋있어 보인다. 게다가 총파업을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대화로써 문제가 해결된다는데 얼마나 좋은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98년 노사정위의 정리해고 합의를 통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났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또 다시 그 경험을 되풀이하자는 건가. 게다가 현재 비정규직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교섭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정책을 인정하는 속에서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이 과연 비정규직 문제를 풀 해답인지 다시 한번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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