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호 [刮 目] 살아있는 이야기에 목마른 대중
2005-04-07 03:38 | VIEW : 31
 
刮  目 : 살아있는 이야기에 목마른 대중


 

진설아 / 국문과 박사과정



<다빈치 코드>, <진주 귀걸이 소녀>, <칼의 노래>, <소금의 역사> 등 이상의 목록을 보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현재 서점가와 출판계의 판매 전략이고, 둘째 우리는 지금 ‘역사’에 미쳐있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역사인가. 그 존재조차 확실치 않은 것들의 뒷이야기까지 관심을 쏟고, 우리는 주변을 떠도는 먼지 한 톨의 과거까지도 궁금해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우연히 성공한 출판계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유행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은 그 질문들 속에서 현대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시사란 무엇인가>는 ‘실명적 역사’, ‘가능성의 역사’, ‘이야기로서의 역사’로 미시사를 설명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알고’ 싶어하며, ‘듣고’ 싶어한다. 성서에 대한 숨은 음모와 소금 한 숟가락의 과거사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한 일련의 사실들에 대한 궁금증은 믿음의 문제와는 또 다른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이야기에 목마를 뿐이다. 현대인들은 연예인의 아침 메뉴까지 뉴스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귀로 듣고 웃고 욕하고 또 한 귀로 빠져나가면 끝인 소문이 아닌, 저 하나로 인해 역사가, 사람이 변하는 그런 이야기에 목마르다. 예컨대 우리는 역사에 대해서 묘사가 아닌 움직임 속에서의 서사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것들은 완벽한 고증을 수반한 역사서가 아닌 단지 흥미를 위한 대중서이다. 그러나 내면으로의 침잠과 위기에 닥친 인문학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한 위의 책들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역사에 대한 경험이며 인식의 변화이다. 미시사에 대한 경험, 이야기의 구성에 대한 경험은 우리가 역사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준다. 교과서가 가르쳐준 일방적인 역사가 아닌 우리와 함께 숨쉬고 변화하는 살아있는 것으로서의 역사를 만났음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역사라는 화두는 중요하다. 해결되지 않은 친일파 문제와 중국·일본의 역사 왜곡, 치유되지 않은 현대사의 상처들, 그리고 북한의 존재는 현재가 과거에 끊임없이 호명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현실의 역사들을 어찌할 것인가. 그 답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빈치 코드>에게, <다빈치 코드>를 읽는 우리 스스로에게 바란다. 그 쏟아지는 스릴과 재미 속에서 현재 우리의 사소한 삶이 역사와 맺어져 있음을 그리고 그에 대한 기대와 책임 또한 건져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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