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호 [刮 目] 문제는 책 값이 아니다
2005-04-23 05:06 | VIEW : 34
 
刮  目 : 문제는 책 값이 아니다

 

최영화 / 문화연대 활동가





이미 온라인 음악시장을 휩쓸어버린 열풍이 온라인 도서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2년 전 도서정가제의 시행 후 휴전상태에 들어갔던 도서시장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3월 31일에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2003년도에 처음으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연차적으로 정가제의 범위를 축소해서 2007년에 완전히 폐지하도록 되어 있는 한시법이다. 발행 1년 이내의 신간도서에 한해서 의무적으로 정가판매를 하는 대신, 유통구조가 다른 온라인서점에 한해서 10% 할인판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온라인 서점의 각종 할인제도를 완전금지하고, 정가제 품목에서 제외되었던 잡지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발행일로부터 1년이라는 할인제한 기간과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에 대한 정가제 예외조항도 삭제했다.


법안을 발의한 우의원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온라인서점이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도서유통에 혼란을 가져온 결과 중·소규모의 서점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온라인서점측은 온라인서점의 시장점유율이 15%에 불과하며, 중소서점의 연쇄도산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도서의존도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고, 도서정가제의 강화가 자유경쟁과 독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찌됐든, 개정법률안을 둘러싼 이권다툼은 점차 가열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종 할인제도가 전면 금지된다고 해서 과연 출판시장과 중소판매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출판업자나 도서판매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와 해결책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독서인구의 확대를 위한 노력 없이, 지금처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하다가는 오히려 출판업자와 판매업자, 독자 모두가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서인구는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독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 문제는 솔직히 책값 경쟁보다 더 풀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출판문화진흥정책의 수립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개혁, 출판유통과 도서관 정책의 개선과 같은 정책적 개혁을 위한 노력과 함께 가지 않는 한 도서시장의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도서정가제 찬반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대로, 책이 일반 소비재와는 다른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도서시장과 독자 모두를 살릴 더 나은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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