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호 [사설] 본고사 부활, 근시안적 대책
2005-05-15 17:46 | VIEW : 32
 
본고사 부활, 근시안적 대책




지난 토요일 유례없는 고교생들의 촛불시위가 광화문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넷 까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결집한 이들의 집회는 비록 전국 규모는 아니었으나 교육당국을 적잖이 긴장시켰다. 이에 대해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한 반면, 한 편에서는 주동자 처벌과 참석자에 대한 징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조중동은 이를 계기로 본고사 부활을 노래하고 있고, 일부 보수우익단체들은 본고사 부활을 위한 촛불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에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의외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6일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본고사 부활, 기여입학제 허용, 고교등급제 실시를 주장하는가 하면, 교육법 개정을 통해 이를 ‘백년지대계’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4.30 총선이 있기 전이라면 감히 생각치도 못했을 과감한 주장은 그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단세포적 본성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보자.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학자율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정부정책의 한계를 넘기 위해 내신 반영률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학생 선발 또한 대학의 재량권으로 일임하자고 주장한다. 따라서 평가방법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본고사 실시 여부도 대학의 ‘자율의지’에 맡기게 된다.
 


먼저 내신 반영률의 대학자율화는 얼마전 문제되었던 고교등급제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의 확장보다 교육시장에서의 승리만을 바라보는 한국의 대학에 제도적으로 자율권이 부여될 때 기여입학자에게 배타적인 내신반영률이 부여될 수 있으며, 특정 지역 출신 고교생에 대한 내신등급 조정 또한 ‘대학의 자율’의 이름으로 시행될 것이 불을 보 듯 뻔하다. 그러나 그들은 주장한다. 교실 내 경쟁을 막고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용단이라고.
 


원칙적으로 그들의 충심은 이해할 만하나, 내놓은 대책을 보자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이다. 그들은 학생들이 광화문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듯하다. 사교육비의 증가, 시험 즉시 올라가는 청소년 자살률은 비단 교실 내 경쟁의 증가로 인해 ‘공책도 안 보여 주는 세태’에 대한 자괴감만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나는 즉시 겪게 되는 무한경쟁과 양육강식의 논리에 대한 자유의 외침이다. 그걸 언제까지 외쳐대야만 저들의 막힌 귓구멍에 봄바람이 불 것인가.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