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호 [刮 目] 면제부를 빼앗긴 ‘신의 아들’
2005-05-31 15:22 | VIEW : 24
 
刮  目 :   면제부를 빼앗긴 ‘신의 아들’

 


최영화 / 문화연대 활동가






지난 해 캐나다 언론으로부터 “불법은 아니지만 얌체 같은 행동”이라며 비난을 받은 바 있는 한인원정출산대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4일 국회에서 통과된 ‘국적법 개정안’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국적법 개정안이 6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2주 동안 약 8백명의 국적 포기자가 속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원정출산을 비롯해서 부모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지게 된 자들은 반드시 병역의 의무를 마쳐야만 국적을 포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중국적자들이 18세 이전에 한국국적을 포기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현행법에 비해 병역의무 강제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전체 국적 포기자의 95%가 18세 미만의 남자라는 점에서 국적 포기의 주된 이유가 ‘병역기피’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이들 부모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기득권층에 속한다는 점이다.


비양심적으로 병역을 기피해온 이들 기득권 세력에게도 병역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강제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압도적인 지지율은 분단체제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는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피해 의식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군비리 사건, 구타와 성추행으로 얼룩진 반인권적인 군사문화가 병역기피 현상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OECD 가입국가 중 사교육비부담이 가장 많고, 아이들의 성적 비관 자살이 끊이지 않는 폭력적인 교육환경이 원정출산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이런 환경 속에서 할 수만 있다면 모두들 원정출산을 가고 병역을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스티브 유’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양산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국인으로 살아보라’고 내모는 것이 속은 시원할 수 있어도 이상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종교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가 세계 최고(92%)라는 점 역시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차원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국적법 개정안이 불평등한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일보한 방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비민주적인 병영과 사회 전반에 만연한 군사문화를 개선해 가려는 노력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이들이 피해의식에 젖어 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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