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호 [刮 目] 이제는 문화도 햇볕 정책이다
2005-06-18 19:06 | VIEW : 25
 
刮  目 : 이제는 문화도 햇볕 정책이다

 


최영화 / 문화연대 활동가





남북 정상이 한데 모여 6.15공동선언을 발표한지 5년이 지났다. 지난 2000년에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주통일’, ‘1국가 2체제 통일방안’,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해결’,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에 대해 합의ㆍ발표했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6.15통일대축전’을 앞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두 정상의 역사적인 회동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민간주도로 준비된 한민족의 통일대축전에 재를 뿌린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하필이면 이 중요한 시기에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했다. 스텔스기는 파나마 침공, 걸프전, 유고슬라비아 공습, 이라크전에 실전투입 되어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던 최첨단 전략무기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원치 않는 미국은 적과는 동침할 수 없다는 신념을 언행일치의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스텔스기의 배치를 남한당국이 용인하자, 행사에 참가할 방북단의 규모를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여줄 것을 통보해 왔다. 이를 두고 남측 준비단은 “북측의 일방적 통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통일축전을 앞두고 북한을 심리적으로 압박한 남측의 과실 또한 크다.


북한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핵무기 외에는 체제를 유지할 방어막이라곤 전혀 없는 북한에게 이런 식으로, 시시때때로 확인되는 한미공조가 남한을 심정적 ‘공적(公敵)’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측 준비위원회 백낙청 상임대표가 황급히 방북하여 남측대표단의 규모를 애초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300명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통일대축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잿밥이 되어 버렸다.
이 사건은 5년 동안 세계정세는 많이 변했지만 한반도 정세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미국이 몇 차례의 전쟁을 일으키며 제국의 입지를 다지고, 준비된 다크호스 중국이 블랙홀로 급부상하고, 일본의 개념 없는 우익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는 전보다 더 옴싹달싹 못하게 되어 버렸다. 이는 어느 정도 자초한 결과이다. 남북한은 내부적으로 서로를 알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으며, 대외적으로도 열강들의 움직임을 간파해내고 대응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왔다.


그 결과 남북한은 여전히 서로에 대해 무지한 가운데 경계심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양쪽이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악수하는 것은 기만적인 쇼에 불과하다. 공생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서로에 대한 무장해제이다. 남한은 아사직전의 상대와 함께 살고자 결심했으니, 우선 그를 먹이고 입혀서 기력을 차리게 해야 한다. 이때 그를 먹이고 입힐 것들(남북경협)은 그의 몸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남한은 북한을 ‘프라이데이’로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니므로, 북한의 체제와 삶의 방식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6.15통일대축전’은 단지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는 비록 일회적인 행사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주도적 교류와는 달리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좀 더 발전적인 교류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 정치적ㆍ경제적 노력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틈새를 이런 식의 민간 주도적 문화교류로 메워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확장된다면 ‘우리의 소원’인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역시 대안은 문화적 햇볕정책 밖에 없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