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주장1] 의사소통의 게토(ghetto)화를 극복하자!
2003-03-09 00:22 | VIEW : 2
 
[주장1] 의사소통의 게토(ghetto)화를 극복하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롭다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 서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그러나 깔끔하게 마무리된 학내문제 토대위에 학교발전을 위한 광범위한 합의와 실천이 담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개강 이 후 또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는 MC문제는 전반학기의 뼈아픈 기억을 환 기시킨다. 방학이라는 긴 동면의 잠을 깨고 기지개도 펴기 전에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폭풍전 야의 고요함은 오히려 우리를 긴장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비상구가 없다.

앞 뒤 꽉 막힌 미로에 감금되어 극단적 인 행동이 표출될 때에만 잠시 그 출구를 보여줄 뿐 시간이 지나면 이 곳 은 신속하게 봉쇄된다. 따라서 학교의 일주체로서 우리에게 부여된 권리는 ‘분노’와 ‘절망’뿐이다. 그 어떠한 합리적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도 형 식에 그칠 뿐 해법은 커녕 합의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학교는 재단에 의해 혹은 학교당국에 의해 독점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학생들은 학교 가 베풀어주는 혜택의 일방적인 대상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MC문제로 인해 학교의 모든 행정이 마비되었다는 정당화 이유를 들먹이 며 등록금협상이 시작된 것은 전반기 학사일정이 거의 마무리되던 6월달에 이르러서였다.

등록금협상 창구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학내문제와 관련된 의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봉착했고 제주체들은 멀리서 사태 의 추이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과거의 오류를 또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항 상 우리에게 놓여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앞에서 학교당국과 재단은 또 다시 구차한 변명을 대며 위기의 순간을 넘기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발상은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제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면서 가장 실현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내어 합의와 동의들을 끌어내는 작업이 선 행되어야 한다.

협의체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인 결정권한이 전혀 부여되지 못한 ‘선진대학공동협의회’(선진협)는 따라서 그야말로 협의체에 불과하다. 건교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는 중앙대의 불투명한 미래는 역설적으로 제주체들의 의사를 집결하고 정책결정에 투영할 수 있는 책임있는 의사결 정기구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바로 그 중심에 선진협이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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