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 [설문조사] 98학년도 상반기 사회의식 조사
2003-03-09 00:34 | VIEW : 2
 
111호 [설문조사] 98학년도 상반기 사회의식 조사

“정권말기나 돼야 IMF 터널 통과”

이번 설문조사는 98학년도 상반기 종간호를 맞이하여 다양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대학원생의 사회의식을 점검해 보고자 수행하였다. 설문지의 구성은 김대중 정권에 대한 인식, IMF 경제위기, 노동계 총파업에 대한 인식, 제2기 지방자치 선거의 4가지 주제로 20개 문항이 구성되었고, 설문조사는 일반대학원 공학·자연과학·예술·생명자원공학·사회·인문계열에 각각 50부씩 총 3백부를 배부하여 지난 2주간 진행하였다. 총 3백부 중 공학·예술·사회·인문계열의 1백39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하였다.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김대중 정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김대중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밟고 있는 이유로 38.1%가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설레임에서 오는 국민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고 응답함으로써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리고 22.3%가 “기존의 이해관계를 변화시켜야 하는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고, 17.3%가 “김대중 정권의 태생적 한계로 보아 당연한 귀결이다”고, 11.5%가 “성급한 평가를 유인하는 잘못된 통계조사에서 기인하는 것일 뿐이다”고, 10.8%가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단순한 지지도 변화양상에 불과하다”고 응답하였다. 계열별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이는 항목을 살펴보면, 공학·예술계열은 각각 47.5%·50%가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설레임에서 오는 국민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고, 인문계열은 41.4%가 “기존의 이해관계를 변화시켜야 하는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고, 사회계열은 33.3%가 “김대중 정권의 태생적 한계로 보아 당연한 귀결이다”고 응답하였다.


정권교체, 필요樂인가 필요惡인가

대해서는 41%가 “앞으로의 개혁과정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응답함으로써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20.9%가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은 과거의 정치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19.4%가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개혁실패를 초래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13.7%가 “그래도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만하다”고, 5%가 “서구사회에서도 곧잘 이루어지는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호남편중의 인사개편에 대해서는 43.2%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응답함으로써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19.4%가 “다소 심각하다”고, 18.7%가 “편중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11.5%가 “호남편중이 심각하다”고, 6.5%가 “그간의 영남권의 독식으로 봤을 때 해도 마땅하다”고 응답하였다. 김대중 정권의 개혁추진방식에 대해서는 47.5%가 “반발을 효과적으로 무마할 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25.9%가 “반발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13.7%가 “반발을 효과적으로 무마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10.8%가 “서로의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1.4%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합의될 때가지 기다려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했느냐, 현재 다시 대선을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분포도는 파이그래프와 같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계열별 분포를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한나라당·국민신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보이콧트 비율은 높아진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자민련-국민회의와 국민승리21 지지율은 편차를 보였다는 점이다. 자민련-국민회의는 공학·예술계열(각각 50%→60%, 35%→37.5%)에서 높아진 반면, 사회·인문계열(각각 60%→43.3%, 65.5%→51.5%)은 떨어졌다. 더불어 국민승리21은 공학·예술계열은 비슷한 분포도를 보인 반면, 사회·인문계열(각각 6.7%→23.3%, 10.3%→20.7%)은 눈에 띠게 상승했다. 이러한 분포도는 ‘당선가능성’이라는 명분으로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사회·인문계열의 원우들이 그간의 개혁실패에 대한 불만으로 확고한 노동자후보 지지경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IMF 경제위기’에 있어서, 궁극적인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49.6%가 “정경유착으로 호의호식하던 대기업과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고, 23.7%가 “김영삼 정권의 안이한 태도에서 기인한 결과이다”고, 15.1%가 “미국금융자본의 음모이다”고, 7.9%가 “동아시아 경제성장 모델의 한계이다”고, 3.6%가 “때아닌 과소비를 일삼는 국민들의 성급함이 낳은 결과이다”고 응답하였다. 금모으기 운동은 48.9%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심리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함으로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3%가 “효과면에서 볼 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12.2%가 “국난극복이라는 명분으로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응답함으로써 비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12.2%는 “궁극적으로 체제를 정당화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응답하였다. 외국인 투자문제에 대해서는 40.3%가 “외국인투자도 좋지만 민족자본의 침식을 우려하여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39.6%가 “현재상태에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면 멕시코와 같은 경제종속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임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함으로써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IMF(I am Fighting)는 현재진행 중

또한 IMF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43.2%가 “정부와 재벌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39.6%가 “IMF재협상을 통해 우리의 실정에 맞는 경제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응답함으로써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주체적인 수용과 이를 위한 자기반성이 필요함을 호소하였다.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반(反)IMF운동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흥미로운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IMF의 실체는 IMF(I am Fighting)라고 역설한 주장은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평가할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소요시간에 대해서는 42.4%가 “약 3년~정권말기”로, 28.1%가 “김대중 정권에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고 응답함으로써 부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약 1년~3년”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약 6개월~1년”이 27.4%를, “약 6개월”이 2%를 기록함으로써 막대그래프와 같이 한쪽으로 편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으로 지난 ‘노동자 총파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총파업에 대해서 41.7%가 “정부나 재벌이 신뢰성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자극제로써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27.3%가 “이해는 하지만 참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하였고, “모르겠다”는 응답도 15.1%나 되었다. 노사정위원회의 효과는 36.7%가 “자본에 비해 노동의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고 응답하였고, 28.1%가 “사회협약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19.4%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이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전체 20문항 중에서 이 물음이 무응답율이 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정리해고제에 대해서는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51.8%,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42.5%를 기록함으로써 팽팽한 균형을 보였다. 그러나 “도입해야 한다”는 측은 대체로(42.4%) “구조조정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었다. 현재 총파업을 통해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는 38.1%가 “정당과 국회의 정치권”, 43.9%가 “재벌중심의 경제권”을 기록함으로써 단연코 돋보였다. 총파업의 영향으로는 대체로(33.1%) “영향 없이 시간만 소비”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파탄”, “외국자본의 유치 실패”, “한국경제와 더불어 한국정치의 발전”이 각각 18~19%를 응답하는 팽팽한 균형을 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노동자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일정한 수준이 필요함을 보였다.


서구의 지방자치 모델 비판

마지막으로 ‘제2기 지방자치 선거’를 살펴보면, 우선 지방자치 선거의 취지에 대해 대체로(각각 30.9%, 23.7%) “지역의 균등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 “중앙권력의 분산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지방자치 선거의 실패원인으로는 “우리 실정에 적합한 지방자치 모델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엽, “정치권의 3류정치행태 때문엽 그러하다고 각각 33.1%씩 응답하였다. “후진적인 정치문화 때문엽 그러하다는 응답 역시 23%를 기록하였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54%가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엽 그러하다고 응답하였다. 19.4%는 “정치적 무관심 때문엽, 15.8%는 “마땅한 후보가 없기 때문엽 그러하다고 응답하였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나아졌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주로(58.3%) “정체상태이다”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22.3%정도가 응답하였다. 지방자치 구현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절반가량(46.8%)이 “우리 실정에 적합한 지방자치 모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전반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지배적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무관심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우리의 지방자치 모델에 대한 주체적인 천착이 필요하는 주장은 오히려 성숙한 주체 의식의 면모를 잘 보여 준다.

이번 설문조사는 계열별로 약간의 편차는 보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추출해낼 수 있다. 우선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지형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보이콧트가 상당히 상승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예고하기도 하지만, ‘현실가능한 대안창출’이라는 믿음의 한계상황에 직면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2002년 월드컵이 진보진영의 축제가 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볼 만도 하다. 다음으로 ‘우리의 것’ 혹은 ‘동아시아적인 것’에 대한 천착이 유난히 돋보였다는 점이다. IMF 경제위기의 해결책에 대한 물음, 지방자치 모델에 대한 물음 등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는 응답은 이를 잘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두가지 동시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한세기 동안 축척해 온 계급정치로의 길, 그리고 이러한 길은 주체적인 우리의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한용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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