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기획논평] 대학원 중심대학 개혁과제와 해결방향
2003-03-09 00:37 | VIEW : 4
 
113호 [기획논평] 대학원 중심대학 개혁과제와 해결방향

대학원 정책, 공론화가 필요하다

‘대학원중심대학’이 대학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양적으로는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질적 고양의 측면에서는 문제 투성이인 한국대학들의 면모를 바꾸자는 문제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한국대학들은 양적인 팽창을 위해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대학원교육은 부실을 면하지 못하였다. 국내의 유수한 대학을 졸업해도 더 나은 학 문을 익히려면 외국의 대학원으로 유학하는 것이 필수과정처럼 되어 있다.

대학원교육이 이처럼 부실하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교수 및 연구 인력 등 전문 인력을 자체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사회가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학원중심대학’이라는 구호로 대 학원의 정상화, 나아가 수월화(秀越化)가 목표로 설정된 것은 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구호와 그 구호를 현실화하는 일은 별개다. 현재 교육부가 각 대학으로 하여금 채택 케 하고 있는 대학정책은 대학원교육의 정상화와 수월화를 위한다지만 썩 올바른 것 같지는 않다. 대학원중심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관점이 문제다.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최근 어느 일간 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수의 연구중심대학, 다수의 교육중심대학”이 교육부의 입장이라 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중심대학은 곧 대학원중심대학이고, 교육중심대학은 곧 학부 교육중심대학이라는 공식인데, 이런 식으로 양분하는 것은 대학들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 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일률적 방침에 저항하기 힘든 개별 대학들은 나름대로 대학원중 심대학이 되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려 하겠지만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되었다.


교육부의 잘못된 관점
우리 대학도 나름대로 대학원중심대학으로 가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8월 26일 유성에서 열 린 전체교수회의에서 ‘대학원 단기 개혁과제’가 제시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때 발표된 안은 1) 교수연구 및 학술활동의 수월화와 2) 대학원 교육 체제의 유연화 및 세계화 를 개혁과제로 제시하였다. 이 과제에는 다시 다양한 세부 방침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들 중에는 주목할 만한 것들도 있다. 복합학과 구성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 그 한 예다. 학과 차원의 대학원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서 학문의 복합적 혹은 통합적 성격을 강화하겠다 는 것은 분과학문 중심으로 되어 있는 한국대학의 관습적인 학문 편성 방식이 지닌 문제점 을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발상이다.

이 밖에도 괜찮다 싶은 구상들이 대학원 단기 개혁과제에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는 개혁의 과제를 설정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라는 점이다. 개혁과제의 설정은 대 학원중심대학으로 가려는 고심의 발로이겠으나, 과제 설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실현 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이다. 우수교원을 유치하겠다는 취지나 대학원생 장학금 지급제 같은 것은 좋은 방안들이긴 하지만, 그 안들을 실현하는 조건, 특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염 불일 뿐이다. 이번에 발표한 대학원개혁안에는 이런 조건들을 마련할 방도는 언급되지 않아 대학원개혁의 실현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장밋빛 청사진도 실현할 수단이 없을 때는 공허하다. 이 점에서 현재의 조건들을 정확히 인 식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원생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장학금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만 해도 그렇다. 장학금 지급은 물론 좋은 일이나, 교육조교, 연구조교를 행정요원으로 부리고 있는 지금의 관행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교가 아 닌 행정직원이 학과 행정요원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의미하지만 이 번 개혁안에는 이런 문제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 교수들에 대해서는 우수교수 칭호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 있는데, 칭호 부여 이전에 교수들의 수업부담을 줄여 대학원 교육에 실 제 진력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이렇게 보면 교수 충원, 도서관 개선 등 대학원 발 전의 실질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더구나 이런 문제들은 모두 재원 부족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번 대학원 개혁안이 실효를 거두 리라는 믿음이 선뜻 생기지 않는 것은 이런 문제들의 해결 방안들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 이다.


구체적인 제도개선 중요
우리대학이 대학원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해 가는 데에는 실로 많은 어려움이 놓 여 있다. 교육부의 대학정책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연구중심대학 아니면 교육중심대학 이 되라는데 중앙대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가. 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교육부 방침을 거 부하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본다. 대학의 어떤 부분은 교육중심, 어떤 부분은 연구중심 으로 전환하여 우리 대학 안에서도 다양한 교육과 연구의 결합 형태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운영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모든 학문분야를 대학 원중심대학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연구중심의 대학원과정은 일부 학문분야에 국한될 수밖 에 없는데, 문제는 그 분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아직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논의를 한 적이 없다. 공적인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올바른 선 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원정책과 관련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내희 교수 /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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