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 [기획취재] 교육재정 문제
2003-03-09 00:46 | VIEW : 4
 
121호  [기획취재] 교육재정 문제

적자생존, 사립대는 희생양인가

법인 전입금의 부족으로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은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물론 본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마침 지난 16일 ‘대학재정, 무엇이 문제인갗에 관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현승일 국민대 총장, 이하 대교협)의 정책포럼에서 이러한 대학들의 열악한 재정구조와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이종훈 중앙대 총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된 이 날 행사에서는 특히 심각한 사립대학 재정상황의 해결을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물론 각종 수익사업 등 대학의 자구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되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균등지원, 고등교육예산의 확대, 교육세 추징 증가, 전기세 등의 공공요금 인하정책, 기부금에 대한 의식 확산, 등록금의 인상 등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대학이 죽어가고 있다
이 방안 중에서 초점이 되는 것은 단연 ‘등록금 인상문제’이다. 실제로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지난 10년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배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질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대학의 열악한 재정구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90년 전체 사립대학 세입 중 법인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2.9%에서 95년에는 5.9%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등록금 비율은 64%에서 68.1%로 오히려 높아졌다. 즉 등록금, 법인전입금, 정부보조금, 기부금, 자체수입으로 구성된 대학재정의 세입원 중 법인전입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낮아지고 등록금 비율이 높아져 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등록금 인상만으로는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선진국의 수준에 턱없이 부족한 우리 교육의 질을 고려할 때, 외국의 사례만 끌어다 등록금 인상을 정당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기부금에 대한 의식 확산’ 역시 아직은 긍정적 인식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정상태가 양호한 일부 대학에만 집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남은 해결책은 정부가 교육예산 중 고등교육부문의 지원은 늘리고, 국학과 사학의 지원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난감한 것은 사립대학 재정의 파탄상황에 대한 어떠한 구제방안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재정만으로는 교육예산의 확보가 어렵다는 전제 하에, “고등연구는 산학연계를 통해 투자유치를 늘리고 산학연계를 통해 나오는 성과에 대한 학교의 재투자를 강화하는 식으로 간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을 지원하는데 있어 무한경쟁의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재정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도, 당장 재정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으로 파산의 위기에 처한 대학들에게 있어 ‘산학협동’은 너무 먼 얘기이다.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사립대학에 올 해 배정될 예산 추정치는 6천억원 규모이다. 국립대에 비해 학생을 4배 반이나 더 가르치는 데 반해, 국가 보조금은 채 10분의 1도 안 된다. 이러한 정부의 중점배정 원칙에 대해 김재규 영동대 총장은 “국민 모두에게서 공정하게 거두어들인 교육세로 책정된 예산지원에서 사립대를 소외시키는 것은 교육기회 균등과 조세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이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21세기를 대비한 교육개혁의 방대한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교육관련 부문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간 총 1백13조원이 투입되는 이 방대한 프로젝트에서 사립대학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국·공립과 사립간의 지원 불균등의 문제는 물론, 획일적 평가잣대로 소수의 대학만을 지원하는 정책의 개선 또한 나타나 있지 않다. 오히려 “국·공립대 이공계 교수를 늘려 2003년까지는 교수당 학생수를 국립대 32.1명에서 23명으로, 공립대 35.7명에서 25명으로 줄인다. 또한 공립대 이공계 교수의 5년간 인건비 중 50%를 국고로 지원한다”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밖에도 대학재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립대 특별회계제도를 도입하고, 사립대는 예·결산을 공개하도록 하여 회계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는 학생수가 점점 줄고 있어 2003년에 가면 3만명이 줄어들고(수도권 제외한 지방은 9만명), 45개 대학이 사라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 대학들에겐, 너무나 거리가 먼 장밋빛 구상이기도 하다.

정부의 지원만이 해결책이다
사실상 올해 지역전문대들은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의 대학들은 신입생에게 자취방까지 구해주며 신입생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재정 악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지역전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학령 인구의 감소현상으로 대학 전체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의 존립을 시장경제의 경쟁원리에 맡길 수만도 없다. 이종훈 총장의 말대로 “대학은 일반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교육서비스라고 하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공급기관이기 때문이다.”
‘대학운영의 필연적 비시장성’, 대학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명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강정실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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