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Pros & Cons] 사립학교법 ‘개악’을 반대한다.
2003-03-09 00:49 | VIEW : 4
 
128호 [Pros & Cons] 사립학교법 ‘개악’을 반대한다.

사학이 바로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

1999년 8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사립학교법’은 기존에 규정되지 않았던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되, 그 기능을 자문기구로 하고, 학원분규를 수습하기 위해 파견되는 임시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며, 이사회에 대한 친인척의 참여 범위를 현재의 5분의 2(40%)에서 3분의 1(33%)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 내용 가운데 평가할 점은 기존에 없던 학교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 것과 친인척의 이사회 참여 비율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사립학교 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화한 것과 학원분규시 수습을 위하여 파견되는 임시이사의 임기를 종전에 5년까지 가능하도록 하던 것을 2년으로 줄인 것은 문제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기구화는 이 기구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함으로써 사학법인에 대한 견제를 무망하게 할뿐만 아니라, 이 기구를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법인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전락시킬 가능성까지 있으며, 국공립학교가 이를 심의기관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규정함으로써, 학교선택권이 없다시피 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균등한 여건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는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임시 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줄인 것은 이른바 ‘관선이사 체제’ 대학의 안정을 저해하고 해임된 비리재단의 복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현재 교육계나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위 법 개정 내용보다도 당초 사립학교 개혁을 위하여 어렵사리 마련된 이 법안 원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대부분 삭제되거나 폐기되는 등 ‘개악’을 당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입법으로 제안된 원안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초중등교육법과 동일하게 심의기관으로 할 것과 사립대학에 교무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여 평교수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도록 하며, 학교법인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시민단체 대표 등 공익대표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중복설치가 안된다는 이유로 운영위원회의 심의기관화를 반대하고, 대학의 교무위원회 설치 방안도 삭제하였다. 또한 공익이사안도 당초 이사 중에 3분의 1을 유급의 공익이사로 구성하도록 하자는 안을 분규가 있는 대학에 한해서 그렇게 하자는 안으로 후퇴하였다가, 결국 재단비리나 분규 발생시 기존 이사들을 100% 교체한다고 하는 대안 아닌 대안을 근거로 해서 삭제하였다.

   생각컨대, 이번의 정부안은 지난 1990년 사학법인이 교직원 임면권을 행사하도록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이후, 사학법인들이 파행적인 학교 운영을 함으로써 갖가지 물의를 일으켜 온 것에 대한 개혁 차원의 법안이었다. 교육철학이 없는 일부 사학들은 학생등록금을 빼돌려 부동산 투기와 개인 채무를 해결하는데 사용하거나, 최근 모일간지에 보도된 것처럼 교원 임용시 거액의 기부금을 수수하고 재단에 비판적인 교원을 퇴출시키는 등 횡포를 일삼아 왔으며, 때로는 학교를 폐교시켜 학생과 교원을 희생시키면서도 폐교 재산을 그대로 차지하는 등으로 ‘마치 망한 기업의 기업갗처럼 행세를 해왔다. 결국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경우 그 방향은 이처럼 사립학교 법인이 자행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구성원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국회는 이것을 무산시킨 형국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초등학교의 1.3%, 중학교의 26.4%, 고등학교의 50.1%, 전문대학의 92.6%, 일반대학의 73.9%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교육이 바로 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학이 바로 서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 전국적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사립대교수협의회 등 관계단체들의 교육관계법 개악 규탄 대회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요구, 법안 통과를 주도한 국회의원들의 총선 낙선 운동 전개, 사학법인에 대한 비리 조사 및 변칙적 학사 운영 엄단 등의 방안들이 다각도로 검토 또는 추진되고 있다. 정부나 국회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이러한 노력들에 즉시 호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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