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호 [타대지석] 학내 연구소, 깨진 독에 물붓기
2003-03-09 01:10 | VIEW : 8
 
138호 [타대지석]

학내 연구소, 깨진 독에 물붓기

대학은 근본적으로 연구집단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을 가장 확연히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교내 연구소이다. 요즘은 벤처다 뭐다 그래서 교내 연구소가 기업체 바로 전 단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원래 의미를 따지자면 대학의 ‘연구에 대한 지원’이라는 한 기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특정 연구소의 존재는 그 연구 주제의 수지타산에서가 아니라 나름의 그 학문체계가 사회에 대해 유의미성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평가에 의해 규정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교내 연구소는 학내에 나름대로 형성되어 있는학풍을 재생산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내 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학문집단으로서의 사회적 기여라는 측면과 대내적으로는 교내 학풍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의 이중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규정집』에 따르면, 본교에는 37개의 연구소가 있다. 이중 규정이 마련된 곳은 기술연구소, 학생지도연구소등 9곳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인 것인 외부적인 생산물의 양에 있다. 특히, ISSN을 취득하고 있는 연구소 발행물이 대부분 소장되어 있는 국회도서관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국회도서관 연속간행물 검색시 본교는 전체 101종의 연속간행물이 검색이 되어 나오나, 90년대에 나온 간행물의 수는 7곳 7종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16개의 부설연구소가 있는 동국대학교의 경우에는 65종이 연구소 간행물로 등록되어있으면서 90년대 발행 종수가 본교와 같은 7종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산학연구소의 비중이 높은 한양대학교(52개 연구소)의 경우에는 65개의 건수 중 10종이 등록되어있었다.

90년대 발행 건수가 적다는 것은 현재 본교의 연구소가 실재 운영되고 있는 과정에서 부실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37개의 본교 연구소 중 허수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명목상으로만 이름을 만들어놓고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연구소가 지금도 버젓이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교는 재단 전입금이 전무한 상태에서 예산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어째든 이번 주 안으로 등록금 협상이 마무리 될 전망이라고 하지만, 그 등록금이 어디로 갈 건지 생각하면 깜깜하다. 독에 물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독에 새는 물을 아낄 고민을 먼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상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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