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他大之石] 도서관 도서가 ‘필요’를 충족할 때
2003-03-09 01:13 | VIEW : 10
 
140호 [他大之石] 도서관 도서가 ‘필요’를 충족할 때

도서관에 가보거나 CALIS를 통해 신착도서를 검색하다보면 한가지 의문이 든다. 바로 “누가 이 책들을 고른 거야?” 라는 질문이 그렇다. 실제로 신착도서의 경우,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어 들어온다거나 동일한 유틸리티 개론서가 출판사만 달리한 채 몇 권씩 있는 것을 본다면 당연히 그런 질문이 나온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협 소설이 북 드럭의 하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동네 책방과 구분이 안될 정도이다. 대학 도서관의 기능을 학습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데서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책들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본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을 구비한다는 것은 하나의 낭비로밖에 볼 수 없다.

본교 도서관에 따르면, 도서구입은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CALIS를 통해 접수한 신청도서와 각과 교수들에게 부탁한 도서들을 일차적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책들은 신간도서목록을 보고 임의적으로 선택하여 일괄 주문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학교의 사례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단적으로 연세대 도서관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신청도서를 우선 구입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외의 도서구입에는 주입급 이상의 사서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구입도서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거래 서점으로부터 일괄하여 도서를 받은 다음 반품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구입 도서에 대한 사후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데에서 특이점이 있다.

물론, 본교의 도서관 인력이 다른 학교와는 비교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하다못해 대학 언론사의 학술 담당기자들과 관심많은 기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도서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함으로써 선정 도서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한양대 도서관에서는 하반기에 주제별 도서정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 경우 정기간행물, 단행본 할 것 없이 모두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한양대는 이를 위해 각 주제에 맞는 전문 사서를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소수의 직원이 어림짐작으로 선택한 도서와 질적인 차이를 보일 것은 분명한 일이다. 단순히 도서 대출업무만이 아니라 도서 선택의 질을 담보해줄 수 있는 도서관 행정을 기대해본다.

김상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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