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호 [확대경] 사립학교법과 대학원
2003-03-09 01:34 | VIEW : 6
 
158호 [확대경] 사립학교법과 대학원

염정민 / 대학원 총학생회 정책위원장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의 1년여에 걸쳐 진행된 투쟁의 과정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단순히 6월 임시국회 상정과 개정안 통과라는 당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본이 남긴 운동의 성과와 그 효과를 고려한다면, ‘절반의 성공 그러나 절반의 실패’라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것은 세 가지 측면이다. 첫째, 남한 근·현대사에 있어서 최초로 ‘교육’과 관련된 제주체들이 조직된 형태로 장기적 연대투쟁을 벌여낼 수 있다는 자신감 획득과 투쟁을 통한 조직강화의 길을 걸었다. 둘째,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갈등과 파행이 사립재단의 비민주적 학교운영과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운동의 정당성과 사회적 파급력이 확산되었다. 셋째, 사학재단과 정치권력이 맺고 있는 ‘관계의 본질’을 폭로함으로써 싸움의 전선을 구체화 시켰다는 점이다. 사학재단의 독점적 학교운영방지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립학교법이 정치권력의 ‘교육통제’수단으로 전락하는 만큼 반대급부적으로 사학재단은 정치권력과의 긴밀한 유착관계를 통해 재단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악하였다.
  결론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문제는 단순한 법개정의 차원을 넘어 교육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바꾸는 문제이며, 권력과 사학재단의 유착고리를 끊음으로써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문제이다. 반면에 ‘절반의 실패’라고 규정될 수 있는 점은 첫째, 국본이 좌/우라는 이념적 논쟁에 휩싸여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는 사태를 ‘과잉’경계하여 다양한 운동력을 갖춘 학생운동단위와 ‘의식적인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둘째, 상대적으로 학내 제주체들간 이해편차가 큰 ‘대학운영위원회 법제화’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상하지 못해 ‘대학의 민주적 운영과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법개정 취지의 일부가 사학재단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려는 불순한 무리들인 ‘인민위원회의 장악 의도’로 전락될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한’이라는 사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는 이념공세에서 자유롭지도 못했고, 조직역량의 극대화에도 실패했던 것이다.
  ‘절반의 성공·절반의 실패’라는 법개정 운동의 평가에 기초하여 대학(원) 사회가 이후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학운영위원회의 법적 기구화’를 위한 학내 제 주체들간의 합의의 조건과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 재단의 부패와 비리척결, 민주적 대학운영을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에 기초한 견제와 감시의 법적 기구로서 ‘대학운영위원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교수·학생·교직원 사이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학운영위원회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합의 내용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안, 학교운영상의 중요한 정책결정, 각 구성원의 문제제기의 심의, 예·결산에 대한 공익감사제도, 교원인사와 총장선출 등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권리 확보’의 필요성이 제 구성원들간에 공유되고 있으며 이것은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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