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호 [특집-SF 사이버 펑크 근대 계몽 쾌락 엽편 소설] 오디세우스의 귀환

오디세우스의 귀환

송승환 편집위원

일주일전 그만둔 시뮬레이션 머그 게임
<오딧세이>를 시작했다. 외눈박이 괴물 퀴클롭스를 어렵게 물리치고 섬에서 도망치는 부분을 하다가 내 애인 페넬로페가 찾아오는 바람에 게임을 그만뒀었다. 이제 집 밖으로 언제쯤 나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해가 뜰 때 자고 해가 질 때 일어나는 삶을 계속해왔다. 밤새 내게 필요한 것은 페넬로페가 사오는 엑스터시.

페넬로페는 아직 내 옆에서 전라로 잠들어 있다. 일주일전에 나는 엑스터시를 먹고 페넬로페를 엎드리게 했다. 침대는 일주일 동안 우리들의 땀에 젖어 축축하다. 나는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어젯밤이 되어서야 피스톤 운동을 멈출 수 있었다. 어쩌면 기운이 다 빠져 잠든 사이에도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엑스터시를 먹지 않고서는 흥분을 오래 느낄 수 없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풍랑을 헤쳐나가 이윽고 아이아에 섬에 도착했다. 이 섬에서는 키르케가 주는 음식은 먹되 키르케의 마법의 지팡이와 LSD를 주의해야 한다. 오늘따라 게이머들이 오디세우스에게 아이템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게임은 오디세우스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직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 페넬로페를 만나면 끝나게 되어있다. 사실 이런 일부일처제를 강요하는 게임을 만든 놈이 누구인지 만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나는 페넬로페를 만나본 적이 없다. 페넬로페의 3D 아바타와 섹스를 해봤다는 어떤 게이머는 마치 자신이 LSD를 먹고 실제로 정사를 해본 느낌이었다는 자랑만 들어봤을 뿐이다.

아이아에 섬 궁전 안에서는 아주 오래된 펑크 음악인 섹스 피스톨즈의 <아나키>가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여자의 노래 소리도 거기에 섞여 있었다. 여신 키르케가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지난번에는 이 대목에서 나도 아이템이 부족해서 그만 키르케가 주는 술에 취해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랬다가 키르케의 마법의 지팡이에 맞아서 돼지가 되고 말았었다. 오늘 아이템은 충분하다. 오늘은 키르케가 옷을 벗으며 오디세우스를 유혹한다. 키르케 아바타는 집요하게 오디세우스의 몸을 만지려 한다. 나는 음식만 먹으면서 키르케를 따돌린다. 도망치지 못한 다른 부하들 몇은 그만 돼지가 되고 만다. 부하가 많이 줄었다.

오디세우스는 도망치느라 에너지가 많이 줄어서 힘이 거의 없다. 키르케가 음식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키르케가 자신의 음식 아이템과 내가 가진 섹스 티켓 아이템을 맞바꾸자 한다. 이 티켓 아이템은 페넬로페에게 줄 선물이다. 하지만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다른 섬에서 구하기로 한다. 키르케에게 LSD와 마법 지팡이 아이템을 창고에 보관하라는 조건으로 섹스 아이템을 판다. 음식 아이템을 받고 도망치려는 순간 키르케가 오디세우스를 붙잡고 섹스 아이템을 써버린다. 이제 꼼짝없이 1년간 키르케의 정부가 되어 섹스와 환락뿐인 생활에 중독되어야 한다. 페넬로페 3D 아바타를 만나는 일은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침대에서 언제 일어났는지 페넬로페가 전라로 뒤에서 나를 껴안는다. 키르케에게 농락당하는 오디세우스를 함께 바라본다.
금방 나는 B급 희귀 DVD 영화 저널지에 실린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가 30년 전에 상영되었다는 근대 가족 극장 앞에서 나는 내 아내 페넬로페로부터 막 도망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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