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호 [특집-쾌락] 쾌락은 엑스터시를 타고

쾌락과 규제 사이에서

조약골 / 문화평론가

엑스터시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필로폰이나 대마초를 제치고 이미 마약계의 선두자리를 차지한 엑스터시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 화학합성물을 캔디와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마약수사를 지휘하는 일선 검찰과 대다수 언론에서는 여전히 육신을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망치는 광약이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고 있다. 내가 혼자서 쾌락을 즐기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반문이 예전에는 어느 당돌한 젊은이의 정신나간 항변쯤으로 여겨졌다면 최근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층에서도 마약상습복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는 점차 이유 있는 항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약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언론이 마약을 다루는 빈도에서 우회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즉 예전에는 마약은 나쁜 것이라는 검사의 호통만으로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강압적 통제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언론의 지원도 필요없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가 인간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는 것이 동물실험으로 증명되었다는 시사 추적 방송 프로그램이나 레이브 파티 전용 마약이 인간의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잦아지는 것은 감시와 처벌만으로 국민을 더 이상 계도할 수 없다는 지배계급이 느끼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바야흐로 마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 담론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 균열의 한복판에는 무엇보다 엑스터시가 놓여있다. 도리도리라는 이름의 알약인 엑스터시는 물론 인공적으로 합성된 화학물질로서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분명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엑스터시의 부정적 효과가 증명되었다고 새삼스레 호들갑을 떨 필요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복용한다는 것이고, 그 외양적 이유로 이들은 환각을 꼽는다. 그러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엑스터시를 복용하는 것은 사실 단순히 환각 때문만은 아니다. 파티라는 집단적 환경에서 혼자만 정신이 멀쩡한 외톨이로 남기 싫다는 생각도 복용 이유가 된다. 나아가 부모에 대한 반발과 맹목적 도피 수단으로 엑스터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다. 이쯤 되면 개인의 쾌락을 추구할 자유로 이들을 변호하기란 사실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개인의 자유란 무엇보다 높은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미칠 결과, 끼칠 영향을 정확하고 철저히 인식하지 못하고 이 화학물질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사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냉철한 고민이 없을 경우 개인적 차원의 쾌락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심한 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개인적 쾌락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사실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개인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혼자 마약을 복용하거나 개인적 쾌락을 쫓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부모 혹은 친구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준다. 이런 의미에서 마약의 복용 혹은 개인적 쾌락의 추구가 갖는 부정적 측면은 지역 공동체에서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마약교육과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이 나서서 공권력을 통해 제도적 폭력을 휘둘렀던 기존 처벌 일변도의 수사방식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몰면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무조건 처벌받아야 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었고 자연히 이에 대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를 처벌하기보다는 치료에 신경을 쓸 경우 자연스레 사회에서는 마약중독자는 환자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것이다. 이럴 경우 막연한 반발로 마약을 탐닉하기보다는 보다 철저한 고민과 자각을 통해 쾌락에 접근하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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