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호 [2001년 상반기 평가-23대 대학원 총학생회 평가] 장기적 방향성 설정이 중요

“장기적 방향성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

김성희 / 신문방송학과 석사 수료



유람선인지, 전투용 함대인지 혹은 잠수함인지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의 목적에 따라 수행되고 있는 기능과 구체적 행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전투용 함대가 유람을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을 유람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투용 함대를 타고 유람을 떠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떠한 것이 보다 적합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적에 따라 얼마나 적합한 기능과 구조를 보유할 것인가, 그 구조를 얼마나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이 전투를 할 때인지, 유람을 떠날 때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23대 원총(회장:이정환, 법학 석사 3차)은 역대 원총의 낡은 선박을 이끌고 바로 바다로 나가기보다는, 새로운 뼈대와 기능을 보유하기 위한 공정에 착수한 듯 하다. 이러한 의지는 변화된 조직체계를 통한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와 정책 강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위원회 체계로 자율성 강화
우선 23대 원총은 1국(사무국) 2위원회(정책위원회, 학술위원회)라는 집행부 체계에서 볼 수 있듯이, 위원회 체계를 통해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집행부와는 별도의 팀을 구성하여 보다 다양한 논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정책위원회에 마련된 프로젝트팀, 학술위원회에 마련된 학술정책위원회에서도 드러난다. 중앙집중식 사업은 소통의 네트워크를 가로막고 참여의 폭을 줄인다. 따라서 집행부 외부 조직의 구성은 보다 폭넓은 인적자원의 확보, 다양한 의견 수렴, 업무의 전문화를 보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이러한 집행부 외부 조직의 성과물과 문제의식을 다시 집행부 내부로 반영하여 소통하는 일이다. 특히 학술사업의 상당 부분을 일임하고 있는 학술정책위원회의 경우, 조직의 위상과 특성상 자칫 소수 인자들이 지닌 문제의식의 발현으로만 그칠 위험이 많다. 따라서 연구회, 계열 학술간사, 집행부간의 소통망을 항상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위험성을 지닌 또 다른 예는 무크지 ‘모색’ 편집위원회이다. 22대 원총의 학술정책위원회 사업으로 시작한 편집위원회는 현재 원총으로부터 독립되어 활동 중이다. 그리고 23대 원총은 편집위원회와의 관계를 연대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편집위원회의 활동은 새로운 학술운동의 실험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모색』 출판과 관련한 활동과 참여가 그다지 개방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연대사업이라면, 중앙대 대학원이라는 공간과 결합될 수 있는 연대의 지점과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원총을 통한 단순한 재정적 지원이 아닌 원우들의 개입과 반응을 기대한다면, 참여의 다양한 방식을 넓히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2대에 제기된 ‘무크지 출판에 관한 형평성과 공평성’의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23대 원총의 조직체계구성에서도 보여지듯이, 이번 원총의 두드러진 특징은 정책 강화의 부분이다.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이라는 위원회 체계하에서의 정책 업무 세분화는 역대 원총의 오랜 숙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학원에서 시의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구사할 수 있는 순발력과 판단력 역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하는 문제일 것이다.
대학원 발전방안에 관한 본교의 안일한 태도와 갈수록 좁아져만 가는 연구자의 위상을 염두해 볼 때 이는 더욱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4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정책위원회와 정책프로젝트팀이라는 인프라는 이러한 과업 성취에 추진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원 개혁구상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 박사 후 과정에 대한 대안모색과 도서관 백서를 위한 프로젝트 팀 운영, 연구회간 네트워크 설립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 작업은 이후 발전적 결과를 기대해 봄직하다.

사업의 실행보다 정책 앞서
그러나 정책위원회로 많은 업무가 이월됨에 따라, 그 동안 실무처리가 주요했던 일들이 주로 정책위주의 측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홍보의 부분과 일상적인 복지사업의 부분이 그러하다. 이 문제는 사무국 업무의 비효율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사무국은 4인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업무가 회계처리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달력식의 사업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과 사무의 중간에서 실질적인 복지사업의 실행은 누락되고 만 것이다. 사실상 원우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일상사업의 부분들일 것이다. 따라서 일상적 복지사업, 연구환경개선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부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홍보의 문제 역시 중요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업의 실행은 참여를 유도하고, 정보를 알리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원우들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와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예컨대 박사 후 과정과 관련된 진행사항이라든가, 학술사업의 일정, 기초연구팀에 대한 지원 방안 등 원총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23대 원총의 선박이 어떠한 모습을 지닐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선박이 완성되어 지리하게 평온하기만 한 대학원에 일대 파장을 한번 일으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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