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우리 시대의 '국제성']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의 현주소

윤경진 / SeNef 프로그래머

다양한 소통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며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 영화제로 그 위상을 확립한 듯이 보인다.
부산프로모션플랜(Pusan Promotion Plan, 이하 PPP)은 1998년, 즉 제 3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된, 9~10일 동안 진행되는 영화제 기간 중에 3일 정도 따로 열리는 “PPP는 아시아의 유망한 영화들이 전세계의 공동 제작자나 공동 투자자를 만나는 프리-마켓(pre-market)으로, 공동제작이나 공동투자를 희망하는 유망한 아시아 프로젝트에 다양하고 실제적인 지원 및 투자 방법들을 제시한다”고 PPP 가이드북은 설명하고 있다.

프리-마켓이란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의 그것이 유명한데 국내에서 100% 자본을 구하지 못한 영화 프로젝트들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설명의 기회를 얻고 다양한 지평에서 온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적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동 투자’냐, ‘공동 제작’이냐 하는 개념의 차이에서부터 나아가 각국의 영화 산업 현실이나 법제, 관행, 풍속 등의 차이까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을 같이하는 것은, 특히 어떤 단일한 창조물을 생산해내는 것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동경처럼 헐리웃 신작 영화들의 1차 ‘쇼우 케이스’가 되지 않고 자국 영화인들, 영화산업과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면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데에는 PPP의 역할이 사뭇 크다. 실제로 영화진흥공사(현재 영화진흥회의)의 진흥책 이외에는 별로 기댈 곳이 없었던 젊은 영화인들에게 부산영화제는 새로운 국제적 전시 기회를 준 동시에 PPP를 통한 해외 투자, 제작자, 배급업자들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형태와 종류의 인력이 요구된다. 기획자 중심의 영화제작 시스템이 구축된지 10년 이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의 PPP를 통해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도 오랜 기간 준비하고 실제로 제작의 완성이 구체화 된 단계에서 프리-마켓에 임하는 철저한 준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만이 1998년 이미 공동 제작업자(프랑스, 필립 아브릴)가 결정된 상황에서 서명과 발표를 겸하는 의식으로 치러졌을 뿐이다.

그러나 제1, 2회 선정 PPP 프로젝트로서 끝내는 영화화되어 부산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게 된 영화들,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이란), 사카모토 준지의 <얼굴>(일본), 멜 치옹글로의 <라가리스타>(필리핀), 이시이 소고의 <고조>(일본), 파르하드 메흐란파르의 <사랑의 전설>(이란), 프룻 첸의 <리틀 청>(중국/홍콩), 지아 장커의 <플랫폼>(중국/홍콩), 가린 누그로흐의 <시인>(인도네시아), 게다가 뉴커런츠 부문에까지 선정된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 딩 지안첸의 <종이>(중국), 시노자키 마코토의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일본) 두 작품을 보면 적어도 ‘아시아 영화를 활성화시키고자’하는 1차적 목적을 위해 PPP와 페스티벌이 서로 훌륭한 파트너쉽을 발휘하고 있음 알 수 있다.

돈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영화제는 투자자와 생산자, 공급자와 구매자의 단순한 만남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의 국제 무대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가장 전문적인 사람들과 함께 세미나나 라운드 테이블 형태로 정보 전달과 공유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PPP라는 형태의 장(場)에서 이루어지는 만남들은 직접적인 금전적 소득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영화인들이 좁은 우물이 아닌 세계의 넓은 지평으로 시선을 열고 진정 도움이 되는 영화 문화, 영화 산업의 갈 길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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