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유망주] 연대의 시작 네트워크

남청수/편집위원

사회영역에서 유망성 여부를 가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반향에 대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편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시키기에는 매우 미묘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차기 대권주자 정도라면 개인의 차원이라도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운동과 같은 부분에서 모종의 공을 개인에게 넘긴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위험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영역에서 유망주라는 논의가 결국 유망인물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유망한 운동이나 조직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상반기 사회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총선연대였다. 그 중 ‘시민운동단체들의 대단위 연대 형성과 그것을 구심점으로 한 국민적 참여’는 총선연대의 활동을 통해 얻어낸 가장 큰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영역에서의 유망주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 당연히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민운동의 네트워크’ 라는 것을 상정하게 한다.

총선 이후 총선연대는 해체되었지만, ‘시민운동의 네트워크’라는 핵심적 사안은 지속적으로 유지 보강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크게 보아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웹상의 네트워크 구축과 또 다른 하나는 실제적인 컨퍼런스를 기획함으로써 주체들의 참여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전자의 경우,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www.ww.or.kr)’, ‘시민의 신문’이 운영하는 ‘시민운동정보센터(www. kngo.or.kr)’, 이전의 총선연대 홈페이지를 개량운영하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www.ngokorea.org)’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웹상에서 시민운동의 네트워크를 이루려는 작업은 대개 시민운동단체를 검색할 수 있는 전용 엔진을 구성하는 것을 기초로 시민단체들 간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시민행동’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시민행동’의 강점은 단순한 DB의 구축과 연결망 제공 수준을 벗어나 그것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예산감시시민운동, 좋은기업만들기시민행동, privacy보호캠페인, 인터넷시민학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예산감시시민운동의 경우 정부의 예산행정을 감시하기 위해 실제 전국 32개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전화와 웹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활동함으로써 홈페이지만을 갖고 단순한 전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생기는 수동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한편, 직접적인 집회를 통한 네트워크화 노력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올해 10월에 있을 ‘아셈 2000 민중대회’이다. 이 행사는 1998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에 동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아셈의 경제협력에 대한 비판과 비경제부문에서의 민중의 의제와 전망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유럽 민중 간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개최되어 왔다. 금년의 행사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데, 현재 국내의 경우 136개의 단체가 노동, 여성, 인권, 평화, 문화 등의 13개 분과를 구성하여 준비활동을 하고 있다. 금년 한국의 대회의 의제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본 대회 중 제안될 예정인 ‘시민사회포럼(Social Forum)’이다. 이는 일종의 민중대회와 ASEM 본회담 간의 공식 대화통로로 기획된 것인데, 성사될 경우 작년 시애틀에서의 회담 원천 봉쇄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들의 활동은 아직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어서 명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민간단체 간 네트워크 강화 노력은 한국 민간 활동에 활력소가 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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