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 [생태주의와 대안사회] 생태주의와 여성 :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주의)

지구생태주의의 열쇠는 ‘모성’의 회복

이덕난 편집위원

얼마 전 풀무원을 비롯한 식품제조업체들이 유전자 조작 콩을 이용하여 만든 두부를 판매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단체의 발표가 있었다. 풀무원 등은 즉각 소비자 단체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그 최종 판단이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우리에겐 유전공학으로 인해 식탁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유전공학의 문제를 남성중심사회가 빚어낸 필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여성단체들이 결성한 ‘여성환경연대’는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여성들이 앞장서왔고, 앞으로의 대안운동 역시 모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이 다시 모여 북경대회 이후의 한국여성환경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주의)’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여성환경운동, 북경대회 그 이후’가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열렸다. 먼저 기조 발제에 나선 허라금 교수(이화여대 여성학)는 에코페미니즘과 관련하여, “비록 스스로를 에코페미니스트로 인식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이 성차별주의나 여성혐오적인 환경과 그 환경 속에 있는 성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과 관계되어 있음을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인식하고 표명하는 한 그들을 생태주의자로 분류하자”고 말하였다. 지금껏 여성들이 중심이 된 많은 활동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익숙하지 않았는데, 이는 ‘반생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여성들이 주축이 된 환경운동을 ‘생태여성주의 활동’으로 명명하자”고 강조하였다.

  다음으로 발표에 나선 이상영(환경마크협회 사무국장)은 북경대회 이후 여성환경운동은 많은 성과들을 거둔 게 사실이지만, 세력화 활동이 미비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사회 경제체제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해 대안사회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여성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여성환경운동의 세력화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하였다.

  한편, 참석자들 속에서는 ‘발제자들의 주장은 여성차별적인 성별분업을 깨는 주장이 아니지 않는갗라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정수복(사회운동 연구소 소장)은 모성은 여성의 성역할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며, 남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감성이 강조된 의미라고 대답하였다. 또 박창길 교수(성공회대)의 “개고기는 성차별적인 음식이며, 이를 확대하면 모든 육식은 반생태주의적인 식생활이다”는 주장에 대해, 적절한 지적이며 대안적인 식생활운동으로 채식주의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먼저, 토론자로 나선 박교수의 “육식을 하는 것은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를 유린하는 것이며, 동물을 이용한 일체의 실험 등은 반생태적”이라는 식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지나친 과민반응일 뿐이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다음으로, “성별분업을 깨자는 주장인지의 여부가 모든 입장을 바라보는 기본 잣대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갚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눔’과 ‘보살핌’을 그 특성으로 하는 ‘모성’의 회복을 통해 ‘21세기 지구환경’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또 위계나 권위의 부정을 스스로부터 실천하기 위해 ‘회장, 국장, 부장’등의 직책대신 ‘으뜸지기, 살림꾼’ 등의 평등하다고 판단되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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