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한국문화의 전망: ②예술인들과 대중의 공감지대 ‘헤이리 아트빌리지’


 


더 이상 문화는 추상적인 개념어가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을 대표하는 언어로,
그리고 하나의 산업으로 고부가 가치를 인정받는 아이템으로써 각광받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 문화 산업, 10년을 바라보며’는 두 번의 기획으로 다루어진다.
첫 번째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 정책에 관한 진단과 전망을 내려보고,
두 번째는 문화 현장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중이 바라본 문화 현실과 생각을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두형 / 헤이리어즈 클럽운영자






‘헤이리 아트빌리지(이하 헤이리)’라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필자 또한 그곳에 가기 전까지 헤이리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가장 간단하게 헤이리를 소개한다면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즉,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어울어지는 문화예술마을이다. 이 곳은 97년 파주의 출판도시와 연계한 ‘책마을’을 구상한데서 태동되었으며 그 진행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예술마을’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현재는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백7십여 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헤이리에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예술 공간을 짓고 있다. 마을 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져 오는 전래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예술인 중심의 문화공간 헤이리



이런 문화마을에서 자원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던 계기는 헤이리 홍보과장 윤성택씨와의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다. 헤이리에서 수고할 자원봉사자들은 작년 9월 11일부터 26일동안 ‘헤이리어즈’ 라는 이름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헤이리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와 공연을 돕고 진행하는 일을 책임졌다. 자원봉사 활동은 몇몇 파트로 구분되어 자기분야에서 맡는 활동을 중심으로 펼쳤으며, 현장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공연팀과 헤이리를 방문하는 일반인들에게 헤이리를 소개하며 안내하는 홍보팀, 그리고 헤이리 자원봉사를 총괄·지휘하고 관리하는 본부팀으로 나뉘었다. 이렇게 구성된 헤이리어즈들은 2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예술인들과 호흡하며 짧았지만 자기들만의 열정이 담겨있는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었다.


헤이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가족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외출 나온 가족의 모습은 도심의 공원이나 거리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가족 단위이외에도 헤이리를 찾는 발길에는 건축학과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헤이리의 모든 건축물은 도시의 건축물과 달리 국내의 최고 건축가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건축과 학생들에게는 좋은 현장학습의 장이 되었다. 건축뿐 아니라 헤이리에서 진행되는 여러 문화예술 공연은 그곳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회와 공연을 위주로 진행된다. 헤이리는 다른 문화공간과 다르게 ‘예술인 중심의 문화 공간’이므로 그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한 예술인도 초청하여,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하도록 주최했다. 봉사활동 기간이었던 지난 9월 중순에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리코 나카무라가 방문하여 고운 피아노 선율을 선사해 주었다.


헤이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단순히 보는 차원의 예술이 아닌,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서의 예술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헤이리는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각 분야의 예술인들과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묻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평소에 많은 인파 속에 묻히거나 시간에 쫓겨 제대로 관람조차 하기 힘들었던 우리에게 헤이리는 넉넉한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속에서 이곳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마음껏 누리도록 해 준다.


예술인과 대중의 소통공간 확대 필요해



헤이리는 한국 문화 산업에 있어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예술인들과 대중이 문화와 예술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헤이리에 거주하며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고 다른 분야의 예술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은 예술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더욱 그들과 그들의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그 속에서 문화예술은 함께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헤이리를 모른다. 자연과 숨쉬며 그들과 더불어 사는 예술인들의 자유와 삶이 있는 곳이기에 문화예술 공간으로써 의미가 있는 헤이리는 아름다운 문화자산이요 중요한 문화예술의 생산지이다. 이곳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부족이 아쉽기만 하다.


한 국가의 문화는 국가정신이 집결된 자산이요, 코드다. 그렇기에 최근 부쩍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발표되고 많은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힘이 어디에 실리고 있는지, 대중들은 그것을 얼마나 소화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샤갈은 “예술에 대한 사랑은 삶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을 가진 예술인들이 사는 마을. 그리고 그 사랑을 대중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공간. 이렇듯 문화와 예술을 삶으로 표현하고 배울 수 있는 헤이리와 같은 공간이 확대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예술인들이 꿈꾸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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