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호 [제23대 대학원총학생회 평가] 새로운 방향제시 돋보였으나 ...
2003-03-09 02:09 | VIEW : 7
 
164호 [제23대 대학원총학생회 평가]

새로운 방향제시 돋보였으나 현실인식 차원에 머물러

김경수 / 경제학 박사 수료

모든 운동은 현실에 있는 물적 존재의 결핍과 이로 인한 모순으로부터 발생한다. 현실의 대학원이 겪는 부족함과 결핍을 파악하고, 이를 공동체적이며 민주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대학원자치운동의 출발 동기였다. 지금처럼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에도 대학원의 모순과 결핍이 있는 한 여전히 유효한 공동체적 운동이 대학원자치운동이다. 바로 그 중심에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가 있다.  1988년 하반기에 불과 10개학과 대표가 모여 결성한 비상과대표자협의회로 시작한 원총은 이제 7개의 계열학생회와 68개과를 포괄하는 명실상부 대학원자치조직의 포괄체이자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연구자들의 학술역량의 강화와 원우들의 이해와 요구의 수용이라는 자치조직의 정체성을 공동체적 질서를 통해 찾아가려는 것이 원총이다.

타성에 젖은 대학원에서의 실험으로 출발

10대 원총 이후 첫 탄생한 이른바 학부 비운동권출신 총학생회. “실천하는 지성, 함께 하는 원총”을 슬로건으로 닻을 올렸던 23대 원총은 이미 비대해지면서 자기정체성을 잃고 타성에 젖어있던 대학원 자치조직에 있어서는 새로운 실험이자 기회였다. 대중운동과 학술운동의 이분법적 조합에만 얽매여 관성에 젖은 채 학생회의 재생산도 이루지 못했던 기존 학생회에 대한 원우들의 평가에 의해 출범한 원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우들은 새로운 변화와 원칙이 서기를 바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치운동이 굳건해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23대 원총은 중앙대 대학원의 학술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그 현실인식에는 충실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원칙과 자치운동을 만드는 데는 미약했다.

우선 학기중 중장기적인 과제로 시작했던 현실인식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대학교육 및 행정서비스만족도조사 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와 ‘학술연구조직백서’(이하 백서)의 발간이었다. 원우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나온 ‘보고서’는 대학원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고 그 바탕에서 앞으로 개선돼야 할 연구환경과 자치운동의 방향키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교육연구환경개선위’에 대학원의 요구를 들이밀 근거를 제시했고 학교당국에 요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또 ‘백서’를 통해 대학원내 산재하는 기존 연구회의 역량을 확인하고 이후 기존 전체 연구회를 대체할만한 ‘연구자조직’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그러나 이런 현실인식을 어떤 원칙 아래, 또 어떤 제도적인 틀 속에서 확대하고 원우들에게 알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없었던 것이 23대 원총의 모습이었다.

23대에는 대학원의 학술역량강화와 원우들의 이해와 요구의 수렴이라는 두 가지 지향성을 지지하고 기반할 수 있는 계열별학생회라는 일반 트랙과 ‘학술정책위원회’라는 느슨한 연구자조직이 존재했다. 하지만 원총이 이러한 트랙과 조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형식상의 소통체계로 전락해 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결국 ‘보고서’와 ‘백서’를 통해 인식된 부분을 외화하고 민주적 과정을 통해 원칙을 세워야 될 모습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리하게 학칙을 개정하면서까지 학생들을 늘이는 데 혈안이 된 학교당국의 비민주적 태도에 저항하고자 하반기 원총은 총괄정원제 학칙개정반대를 위한 투쟁을 집중적으로 벌였다. 그러나 원총 상부단위의 엄청난 역량집중에도 불구하고 원우들의 주체적 참여를 추동하고 그 통로가 되어야 할 계열별학생회는 전혀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고 ‘연구자조직’은 그 어디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장례식투쟁을 통해서 주위를 환기시켰을 뿐,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새로운 원칙과 자치운동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함께하는 원총”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중심위치에 서질 못했다. 문제의 원인은 크게 민주적 의사소통체계의 부재와 주체역량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대학원이 학술연구를 주된 업으로 삼는 연구자들의 집단이라고 한다면, 민주적 의사소통체계에서 의미하는 원우들의 희망사항은 학술연구에 대한 지지 및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공동체적 질서 속에서 같이 풀어나가고 중앙대만의 독특한 학풍을 조성하는 것이 자치조직의 주된 임무라고 볼 때, 계열별학생회는 각과의 모든 이해와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대표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비민주적 의사소통과 역량부재 드러나

이는 첫째, 개별 학문을 지향하는 각 전공부문과 공동체적인 학제간 학문을 지향하는 계열별 체계의 특성상 이질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열내 각과의 학술지향점을 수렴하고 이를 총화해야 할 계열별학생회는 전자의 이질성으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고 단순히 각 과의 학술행사 비용을 지원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원총의 학술역량강화를 위한 사업도 자연스럽게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원총집행부서와 직선부서의 구성에서 계열별학생회의 이해와 요구를 집행하고 원총의 중심지향성에 대한 아래로의 하방을 추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었다는 점이다. 해마다 원총은 학생회사업을 집행하는 주체들의 역량부재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23대 원총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컨대 해마다 반복되는 이른바 막판 총학생회장 만들기의 문제, 23대 전반기 사무국장의 직무유기로 인한 사무국 단위의 역할 상실, 집행부나 계열별학생회의 회장 등 민주적 인선이나 교양과정이 무시된 채 기존 임원들에 의한 대물림현상으로 인한 자질부족 등이 그것이다. 주체역량의 부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째, 계열별학생회나 원총집행부 단위가 사업집행에 치중한 채 이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와 그 속에서 계승해야 될 지점과 단절해야될 지점을 찾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참여주체들에 대한 평가도 미약했고 결과적으로 참여주체에 대해서 학생회사업에 대한 계속적인 참여를 이끌지 못해왔다. 결과적으로 인적자원에 대한 단절만이 계속돼 왔다. 물론 감사위원회라는 비연속적인 감사부서가 존재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사후적인 인적 평가에 불과할 것이다. 새로운 원칙과 자치운동을 기대했으나 현실인식차원에 머문 23대 원총이지만 다시금 대학원자치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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