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호 [대학원신문사 상반기 평가] ①전반적인 편집․기획
2003-03-09 02:54 | VIEW : 14
 
172호 [대학원신문사 상반기 평가] ①전반적인 편집․기획

기억에 남지 않는 쉬운길

이희랑 / 대학원신문 전 편집위원

신문사 편집위원들의 6개월간 노고를 구석구석 따져 물기에는 필자의 지력이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신문을 만들고 발행한 사람들의 자체평가가 더욱 정확하리라는 생각을 앞세우며, 몇 가지 특이점들을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소재중심의 식상함
먼저 눈에 띠는 것은 학내면이 총3면으로 증설,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학내면의 메인 꼭지는 <학내쟁점>, <학내기획>, <학내취재> 등이었고,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원 내에서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내용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원신문으로써 대학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안건화 한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한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거나, 문제점만을 소재 중심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기획은 오히려 문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식상함까지 줄 수 있다. 대학원의 질적 발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우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는 가상하지만, 한 단계 앞서 도발적으로 문제제기 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글들이 부족해서 다소 아쉬웠다. 신문의 정체성 완성은 해당 지면의 증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발견되는 특이점은 장편기획이 많았다는 것이다. 문화면을 제외하고 학내면, 학술면, 사회면은 모두 장편 기획기사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길게는 5회 연속, 짧게는 3회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쟁점글과는 달리 기획글은 가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발굴하여 전면화시켜내고 테마의 성격에 맞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학내면과 사회면에서 보여진 장편 기획은 테마의 소재만을 나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5회 연속 장편기획으로 이루어진 학내면의 학문후속세대지원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학문 후속세대 지원방향에 대한 총론에서 밝히고 있는 석․박사 실업의 구조적 문제와 정부의 정책, 기초학문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학내 연구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연구지원처의 문제 등에 대한 총괄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세부적 접근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학문후속세대지원의 문제가 행정적 처우 개선이나 복지차원의 문제로만 환원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장편 기획기사의 경우 주제에 따라 쉽게 떠오르는 소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현황과 사례를 유기적으로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승전결의 구도를 따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학술면의 다양성 부재 문제이다. 학술면의 장편기획을 살펴보면, 단적으로 문화연구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집요함이 보인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문화연구는 같은 맥락을 형성하고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획자의 이러한 집요함이 독자로 하여금 재미를 상실하게 하진 않았을까. 학술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문화연구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원 신문사의 학술기획은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교육학, 종교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신선한 부꼭지는 좋아
메인 꼭지가 주는 소재 나열식과 식상함이라는 문제점에 비해, 다양한 부꼭지는 신선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학내면을 통해 소개된 <학칙바로알기>와 학술면의 <학술보고>, 사회면의 <현장의 숨결>이 대표적이다. <학칙바로알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학칙들을 분석하여 원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간에 막을 내린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학술보고>는 학술연구에 대한 형식적 측면에서의 접근을 시도하여, 학술진흥재단이나, 대학연구소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교내 학술운동의 계보를 정리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사회면의 <현장의 숨결>은 꼭지명에서 시사하듯이 사회 곳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사회면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1면으로 감축된 문화면의 경우는 지난 학기의 편집기획과 달라진 것 없이 <코드읽기>와 <문화쟁점>으로 근근이 지면을 메우고 있는 실정에다가, 제공하고 있는 아이템과 내용이 너무나 평범하여 재미가 없었다. 한마디로 파묻혀 버린 지면이었다.
올해도 대학원 신문은 사고를 치지 않았다. 자주 발견되는 오타와 연속 기획글의 꼭지명이 바뀌어서 나온 것이 사고라면 사고일까, 대학원 원우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바람을 일으킬 만한 특별한 안건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는 사고를 치지 못한 것이다. 기획글은 많았으나 기획성은 부족했고 무난했으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너무 쉽게 온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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