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호 [쟁점] 등록금 인상의 진실과 허구성
2004-03-05 09:53 | VIEW : 185
 

195호 [쟁점] 등록금 인상의 진실과 허구성


‘대학발전’뒤에 숨은 교육의 시장화 논리
 

 

 

지난해, 독일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독일 베를린 도심은 오랜만에 강의실을 박차고 거리로 뛰어나온 대학생들의 시위물결에 파묻혔다. 기업의 세금을 감면시키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 것 때문이다. 영국도 대학재정확충을 위해 2006년부터 추가등록금제도(Top-up fee)를 도입해 등록금을 연간 3백 만원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생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학생”이라는 말처럼 무상교육과 각종 복지혜택 등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이 강조되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등록금 인상의 문제는 한마디로 교육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재편과정에서 표출된 결과 중 하나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89년 대학등록금 자율화조치 이후 대학은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었으며, 매년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의 교육시장개방, 인적자원개발로 이어지는 교육의 사유화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과 논리에 따라 자본에 필요한 노동력의 효율적 배치와 생산력 강화를 위해 지식과 연구를 포함한 제반의 교육을 상품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이런 시도에서 대학간 경쟁체제도입은 지극히 자연스런 수순일 수밖에 없으며,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하여 등록금인상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수준인 21%의 낮은 국고지원과 열악한 대학재단의 재정구조 속에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본교의 사정만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인 98년과 99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 간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10.1%에 달한다. 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이 3%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그렇다면 실제 교육의 질적 환경은 이에 상응하여 내실있게 확충되어 왔는가. 대학본부는 올해에도 8%의 등록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획조정실에서 책정한 2004년 등록금 책정 예산(안)을 보면 인상률 중 7.7%가 경상비 항목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교직원 보수인상이 4.77%에 달한다. 자금수입의 과도한 등록금 의존률과 고작 3억(0.1%)에 불과한 경상비전입금, 전무한 법정부담전입금을 볼 때 교직원의 급여뿐 아니라 교직원 법정부담금이나 퇴직금까지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설확충비용의 증가분이 수업료로 부담되어 등록금 인상률을 높이는 반면 실험실습기자재, 연구지원, 도서구입 등 교육환경과 직결되는 지출비중은 오히려 감소한다. 이는 등록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우리의 교육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매년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대학본부가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대학발전’이다. 물론 대학발전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발전의 구체적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DRAGON 2018’의 내용은 대학원의 내실있는 연구환경을 담보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재원확충방안 역시 그 책임을 학생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대학발전이라는 논리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 또한 대학본부는 서울지역 타대학원의 등록금과 비교하며, 등록금이 높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작년의 경우 서울지역 타대학원을 본교 대학원 학생수로 동일적용하여 등록금수입 총액을 비교하면 고려대 14.8%, 연세대 13.5%등 대부분의 학교가 더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타학교의 등록금책정상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이 자체가 인상의 기준이나 근거가 될 수 없다. 지난달 24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의 연구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2000~2002년 전국 사립대의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지출 부문에서 실제 쓰일 비용보다 예산을 뻥튀기 편성하고 수입은 실제 들어올 금액보다 축소 편성해 결산시 수천억원의 차액을 남겼다. 대학별 뻥튀기·축소 예산 편성 규모는 고려대가 7백 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5백 78억원 등의 순이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한 교육의 공공성 확보


그렇다고 대학본부만의 책임으로 넘길 수는 없다. 정부는 각종 규제와 평가기준을 사립대학교에 제시하여 차등적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해 주는데, 그 액수는 학교 재정의 2~3%에 불과하다. 본교의 경우, 작년에는 2.3% 였고 올해는 1.7%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교육의 국가책임을 방기하고, 사립대학교간 경쟁을 과열시키며 오히려 등록금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등록금 인상은 교육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재편이 부추기고, 국가가 책임을 방관하며, 대학본부가 살아남기 위해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 시장의 원리 중 하나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폭넓은 연대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올해는 대학원총학생회가 건설되지 못한 채 어려운 조건속에서 등록금책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부안의 경험처럼, 대학에서 구성원의 자율과 자치가 사회의 수평적 연대를 형성하며 사회적 쟁점을 만들어 가는 것을 꿈꾸는 것은 무리일까.

이재훈 편집위원 facera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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