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회



특정 사회와 시대에 대한 분석과 연구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그 특이성과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은 90년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현상의 유사성만으로 서구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하고, 지난 몇 년 혹은 수십 년간의 사회적 변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 추측성 결론과 대안만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이번에 ‘국제한국학회’(회장 :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에서 펴낸 <한국문화와 한국인>은 일종의 문화연구로서 한국문화총서로 펴내는 첫째 권이다. 90년대 들어 그 중요성이 드러난 문화연구는 신세대문화, 청소년문화와 같은 하위문화 등의 동시대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근대를 관통하는 한국인의 일상과 놀이를 통해서 한국문화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를 바라보지만, 그 당대는 과거의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품고 있는 셈이 된다. 이것이 ‘한국학’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한국학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의 연구이다.

최준식 교수는 서문에서 한국학을 ‘국학’과 ‘지역학’ 두 측면에서, 하지만 전자가 우선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학자들의 연구 태도에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자기분야의 독자성이나 순수성을 지나치게 고집한 나머지 타분야와의 협동연구를 못한 졈이다. 결국 ‘학제간’(interdisciplinary) 혹은 통합학문적인 접근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놀이문화와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최봉영 한국항공대 교수)에서는 우리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화투놀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성격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초기 민화투에서 육백, 나이롱뽕을 거쳐 고스톱으로의 변형과정에서 속칭 ‘피’(껍질)는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데, 이 점을 민중들의 세력이 점점 확대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 학교 최상진 교수(심리학)는 한규석 전남대 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교류 행위를 통해 본 한국인의 사회심리’라는 글에서 ‘정’(情)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순조롭게 하는 기능을 하는 기제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한 기제들로는 체면, 심정 심리, 우리 심리, 눈치, 의례적 언행, 핑계 등이 있다.

다음으로 ‘술 문화를 통해 본 한국인의 일상과 일탈’에서 이기중씨(서강대 방송아카데미 연구원)는 술을 통해 일상과 일탈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국인의 특징을 인류학적 방법으로 포착했다.

그 외에도 ‘가족 성원의 삶을 산다는 것, 특히 한국 사회에서’,‘한국어에 반영된 유교 문화적 특성’, ‘한국 사회와 여성의 삶’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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