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위한 변명’--이용관 지음/ 시각과 언어 刊

권경우 편집위원



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간에 도대체 예술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다시 말해 읽어서 어쩔 것인가?지난 10년에 걸쳐 쓴 글들을 첫번째 평론집으로 묶어낸 이용관 교수(영화학)는 ‘나에게 영화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있다. 전체 기간이나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보노라면 그만큼 비평행위가 녹녹치 않은 작업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1부는 한국영화를 읽는 저자의 애정과 용기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다.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의 열정에 솔직할 수 없었다는 저자의 말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들린다. 한편, 그는 작가주의 평론을 지향하면서도 자신이 인간적인 정에 이끌린 평론가로서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창작과 평론 양쪽 모두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90년대의 신인감독들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그들의 텍스트는 대부분 작가의식도, 시대정신도, 영상적 독창성도 담고 있지 않”으며, 그들을 만나는 평론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자신에 대한 솔직함으로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가 정말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한국영화를 위한 변명’이다. 그에게 한국영화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며, 그에 비례하여 듣기 싫은 충고를 해야만 하는 그런 친구이다.

책의 나머지 부분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쓴 실제비평이다. 각 장에서 대표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영화읽기의 모범이다. ‘거듭보기’(double viewing)를 통한 작품에 대한 충실함과 함께 시대적 물음까지 놓치지 않는 점에서 저자가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언어를 부여잡고 사는 비평가로서 그의 위치는 어디인가? 그가 책에서 인용한 구절로 대신한다. “언어는 우리에게 시를 주지만 도에 이르지는 못한다.`…말이란 공(空)에 이르는 당신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말은 사람이 공에 가까이 섰던 곳을 가리켜준다. 어떤 말은 이상한 빛에 타버린 나무를 가리켜준다.”(고창수의 詩 <원효대사가 시인에게 한 말> 중에서)

‘기억의 시학을 위하여’--민병인 지음/ 도서출판 무수막 刊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현실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문학은 그 터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가벼운 현실에서도 존재의 무거움을 성찰하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문학평론의 길은 아닐까? 민병인씨(문예창작학 박사과정)가 선보인 첫 번째 평론집은 바로 그 무거움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진지함을 담고 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일관된 생각은 리얼리즘에 대한 강한 애착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보기에 세기말의 현재에도 리얼리즘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루카치의 기획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그는 현실 자체가 많은 변화를 했으므로, “이상적인 함의의 총체성관을 버리고 주체와 객체, 보편과 특수, 자유와 필연, 이론과 실천, 개인과 사회간의 변증법에서 이들의 불협화음, 균열, 대립까지도 포괄하는 것으로 넓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자본주의의 사물화를 거부하는, 즉 망각의 시학에서 벗어나 온전한 인간이었던 때를 기억하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기억’이 현재를 구성하는 생성적인 힘을 가질 때만이 비로소 ‘시학’(詩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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