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중산층 연구(김영모/중앙대출판부, 1997)

 

편집위원회



지난 시대 우리 사회 ‘계급’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 붕괴와 더불어 맑스주의의 쇠퇴로 인해 계급을 논의하는 이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분석하는 또다른 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90년대의 분화된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기계적인 계급구분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접하면서 더 구체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의 각 집단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실증적인 작업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김영모 교수(사회복지학)의 ‘한국중산층 연구’는 오랜 연구의 결실이자, 한국사회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수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산층이라고 답하는 국민들의 의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96년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의 41.4%가 중산층에 속하며, 이들의 60% 정도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게를 가지게 된 중산층에 대한 계급적/계층적 성격을 구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10여년에 걸친 구체적이고 풍부한 자료가 돋보인다. 중산층을 크게 화이트칼라(신중산층)와 자영업자(구중산층)로 구분하여, 각각의 실생활의 모습을 모두 195개에 이르는 표에 담았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특히 ‘교육기회’를 분석하여 그들이 교육기회라는 ‘문화자본’을 통해 어떻게 취업기회를 얻고 ‘경제자본’을 얻는 기득권세력으로 편입되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영업자에 있어서는, 이들의 사회적 성격은 무엇인지 그리고 중산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성격을 지녔는지를 구명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의 자녀들이 다시 중산층으로 편입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획득하는 대학교육의 기회를 독점하고 있고, 실제적으로도 대학졸업생의 80%가 화이트칼라가 되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흔히 후기자본주의 사회라고 언급되는 한국사회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왔고, 단순히 피상적인 계급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실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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