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이 바라보는 특집호 주제 '경계'-

 
 
그대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가
 우리 삶에는 많은 경계가 있다. 이번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여러 경계를 떠올렸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 자기와 타자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좌파와 우파의 경계 등….
그 중 현재 필자가 실감하고 있는 경계는 이상과 현실의 경계이다. 필자는 가끔 주변인들로부터 이상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 이유는 단지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아직 사회에 찌들지 않아서가 대부분이다. 도대체 이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필자는 그냥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그렇다고 느낄 뿐이다. 다들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란 어렵다고 한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까지, 그 순간을 위해 살련다. 
- 최화진 편집위원

나이고 싶은 또 다른 ‘나’
세계를 구성하는 수없이 많은 경계가 있다. 무엇인가를 구분 짓는 경계는 끊임없이 그것의 뚜렷함과 무너뜨림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에게 있어 그것의 시작은 ‘나 자신’ 인 것 같다. 내안의 모호한 경계 속에 존재할지 모르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건, 비단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은 극단적인 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포영화나 스릴러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에서 도망쳐야 하는 나는, 어느 한 순간 범인의 시선에서 폭력성을 즐길 때가 있다. 때로는 ‘내가 아니야’라고 하고 싶은, 숨겨져 있는 그것들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쩌면 ‘나’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보다 숨겨진 또 다른 무엇과 조우하며 풀어나갈 때 진정으로 성숙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안혜숙 편집위원

 
 
무감각해진 시간 개념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볼 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이 시간의 경계들(하루 이틀, 몇 분 몇 초 등)을 일일이 셈한다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다. 수업발제준비, 개인적으로 맡고 있는 여러 일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충분요소처럼 맺어져 있는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을 수행하고 유지하려다 보니 대학원생의 하루는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24시간을 갖고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대학원 4차 학기, 특히 논문이라는 중대 과제를 준비하다보면 낮과 밤, 오전과 오후라는 뚜렷한 자연현상의 경계는 무감각한 구분짓기가 된다. 그러므로 대학원생은 시간에 대한 지혜로운 활용법도 알아야 한다. 오감으로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대학원생들은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동미 편집위원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라

 
 

구분짓기 좋아하는 사람들 꼭 있다. 호남과 영남을 무슨 절대진리인 양, 질적인 차이인 양 구분짓고 차별하고 반목지은 인간들, 지금도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언제 적 얘긴데’라며 권력자들의 구분놀이를 무력화시키려는 이들보다, 말끝마다 지역색 휘날리며 리플 등수놀이하는 네티즌들 적지 않다. 연극 <택시드리벌>에서 전라도 출신 비즈니스맨이 울부짖었다. 왜 호남고속도로는 ‘쎄멘바닥’이냐고. 문제는 그게 아직도 호남의 상처로, 영남의 가해로 기억돼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는 것, 88고속도로 같은 권력의 쌩쇼가 치적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라. 한국에서 살아 투쟁할 중요한 이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 김성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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