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김도우-

  이번 여름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가 있다. 뚱뚱한 노처녀 삼순이의 성공담 ‘내이름은 김삼순’이 그것이다. 가슴 깊이 박히는 대사들로 ‘삼순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여성들을 박수치게 했던 드라마 작가 김도우씨를 만나보았다.


Q. ‘내 이름은 김삼순’ 이외의 작품에서는 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고집하는 작품의 분위기가 있는지
  ‘눈사람’을 포함한 전작(前作)들 에서는 특별히 고집하는 ‘톤’, ‘분위기’ 등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둡다 또는 무겁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그런 것들을 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변한 게 아니라 제 안에 숨어있던 다른 면들이 우물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장르와 소재들을 하나씩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보는 이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할 수가 없습니다.

Q. 삼순이라는 캐릭터가 현대에서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삼순이의 캐릭터가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보통 여자’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사회분위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위에 가장 흔한 캐릭터인데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또는 사회학적으로 맥을 제대로 짚어준 적이 없었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삼순이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Q. 시청자들에 맞추다보면 드라마들의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수시로 바뀌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하면서 놀랐던 점 중의 하나는 시청자의 시청행태도 꽤 관습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희진이가 차라리 악역이었으면 좋겠다, 왜 조연인 희진이를 비중있게 다루냐, 남자주인공이 왜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느냐 등인데 관습적인 드라마와 관습적인 시청행태가 악순환을 거듭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요즘의 시청자들은 매우 적극적입니다. 각기 다른 취향만큼이나 주문도 참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은 작가의 뜻대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캐릭터와 인물관계, 스토리 등을 꼼꼼히 짜야 합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의지가 뚜렷해야 합니다.


Q.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는 방송작가가 현대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드라마 작가가 되기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요구되는지
  드라마, 영화, 시, 소설, 이 모든 창작행위의 최종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편의 작품을 하면서 드라마의 역기능이 많은 만큼 순기능도 많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영향력도 누구나 알다시피 엄청납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다른 장르와 다른 점이며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드라마 작가의 보람이자 역할, 고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느낀 건, 작가가 쓰고 싶은 글과 시청자가 보고 싶은 작품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것이 드라마 작가의 숙명이라는 것입니다.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성’과 ‘성실’, ‘열정’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이 판단할 몫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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