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욱/ 법학과 석사과정

  이번 여름방학기간에 일본을 다녀왔다. 5박6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본의 수도 도쿄와 일본의 전통이 숨쉬고 있는 교토, 나라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도쿄에 갔을 때,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였었는데 동경의 중심가인 신주쿠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만큼 한 여름 야스쿠니 신사는 적막했고 조용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에서 가장 큰 신사라고 알려진 곳이다. 일본에는 국립묘지가 따로 없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종전 일에는 우익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야스쿠니 신사의 방문은 일견 자유스러운 듯이 보였지만 그곳이 특별한 곳임을 상징이라도 하듯 사람들의 엄숙한 표정과 조심스런 몸짓이 인상에 남았다. 
 
    일본에서 버스로 이동할 때 거리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선거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는데,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 민영화사업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한 선거기간이었다. 두 달후 필자가 보기에 무모한 도전이라고 보았던 이 선거에서 고이즈미는 대승을 거두고 총리에 재선출되었다. 
 일본은 지난달 다시 한번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총리의 공식참배를 위헌이라고 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전격적으로 강행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강성 우파 정치인들을 내각의 핵심요직에 배치하였다. 사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불편해진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내각을 구성할 때 안배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총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지없이 빗나간 것이다.
  관광장관에 임명된 아베신조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고 외무장관에 임명된 아소다로는 창씨개명은 조선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망언과 일본이 어려울 때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 덕을 보았다는 망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번 내각구성을 보았을 때 총리를 포함해 관광장관과 외무장과모두 야스쿠니 참배를 한 인물들이다. 이 세 자리는 내각의 핵심자리라고 할 수 있는 자리로 우리나라와 중국등 주변국들을 무시한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극우 정치인들과 일반 대중들을 같은 시각에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분명 일본은 가까운 이웃나라이다. 식민지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고 군국주의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일본의 극우 세력이 존재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나라 연예인과 드라마에 열광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태도는 구별되어야한다.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정서를 지닌 일반대중들이 한일관계를 올바로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하면 순수한 일본국민의 정서와 반응은 신중히 배려되고 존중되어야 하는것이다.
   일본은 확실히 경제대국이라 할 수 있고 전후 번영을 이룩한 국가임은 분명하다. 일본은 통상을 통해서 세계의 고객들을 많이 모아 많은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진짜 친구 만들기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신뢰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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