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오브제’라는 말은 현대 미술에서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오브제는 예술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예술의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그 물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가치는 새로운 예술의 표현방법을 통해 새롭게 해석 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오브제는 지각하고 사유하는 인간이라는 주체에 대응하는 객체로서 주관적인 것과 반대되는 객관적인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용어가 특수하게 사용된 것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 사용되면서 부터이다. 뒤샹이 <샘>이라는 제목으로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출품한 일화에서처럼 다다이즘 시대에는 기성의 일용품이나 기계부품 등이 예술작품으로 사용되었다. 뒤샹이 말한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은 그것이 일상적 장소에서 옮겨지게 되면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사물 그 자체의 무의미함만이 남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결국 과거 재현의 기능을 하던 예술에서 벗어나 현대 예술은 그 자체로 사물이고 예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예로 라우센버그라고 하는 팝아트의 예술가는 페인트칠을 한 침대를 벽에 걸어놓고 작품명을 ‘침대’라고 하였다. 이 역시 인간이 의도하는 것을 재현하는 기능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사물이 그 자체를 가리키는 현대 예술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라우센버그는 컴바인아트라고 하는 자신만의 개념을 통해서  나무 조각, 폐타이어까지도 회화에 활용하게 된다. 컴바인아트는 종이나 천을 붙이는 콜라주에서 나왔지만 평면성을 넘어서 입체적인 오브제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아상블라주로 이어진다. 아상블라주는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한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기법으로 소재 면에서 공업제품의 폐품을 주로 사용하는 정크아트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으로 유명한 팝아트에서 오브제는 대중문화의 산물인 대량생산에 의해 재생산 된 것들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과 같은 직접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대중문화를 그림의 소재이자 정보로서 이용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기성품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오브제 그 자체를 이용해 의식적 혁신을 주었던 레디메이드와는 달리, 여러 가지 잡다한 재료들을 가지고 물리적으로 재창조하는 아상블라 계열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작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쓰레기 예술로 불리는 정크아트는 폐기처분된 자동차, 기계 등으로 만든 작품을 통해 현대의 넘쳐나는 물질주의와 소비문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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