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박광현-

  극장가는 올여름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에 열광하는 700만이 넘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공동체의 씻김굿으로서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대학원 하반기 대중특강에 초청된 박광현 감독을 만나보며, 어떤 매력이 우리를 그토록 동막골로 이끄는지를 알 수 있었다.


Q.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특별한 점은  전쟁의 다양한 피해자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다리를 폭파해 수 백 명의 민간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남한군 표소위와 살기 위해 농사꾼에서 군인이 되어야만 했던 북한군 장하사, 그리고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어떤 목적에 의해 사상이 주입되고, 전쟁에 나가야만했던 북한의 소년병은 일반적인 전쟁의 피해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래를 잘 부르는 소심한 남한 위생병은 전쟁으로 인해 꿈을 상실한 특이한 피해자입니다. 완벽하게 강인해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전쟁 지휘 능력이 떨어져 내적 고통을 겪는 북한군 장교 리수하, 자신의 나라도 아닌 곳에서 전쟁에 희생되는 외국인을 대표하는 스미스 또한 이 영화에서 설정된 특이한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다양성이 억압되는 사회에서의 고통을 상징하며, 동막골은 이러한 전쟁의 모든 피해자들을 달래주고 치유해주는 구원의 의미를 가진 영화입니다.


Q. ‘동막골’의 의미는 거대한 권력의 폭력에 대해 착하고 순수한 소시민들이 만드는 구원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바라는 것에 비해 그런 것은 지구상의 어디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한 것을 실현시키고자 만든 곳이 동막골입니다. 그러한 순수함을 보여주기 위해 외부와 너무나 단절된 동막골을 만들었다는 점이 원작인 연극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동막골을 보여주는 장치에 있어서 판타지스러운 부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이라는 설정의 인물, 사건에 대한 더 세밀한 조사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공들의 마지막 연합 장면은 특별히 남과 북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아닌, 동막골의 연합군으로서 순수함을 억압하는 것들을 막으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작품의 색채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것들을 꼼꼼한 작업을 통해 보여주려고 애쓴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인식되는 그 나라의 이미지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통해 갖게 되는 홍콩이나 아랍 국가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었던 것처럼, 최근 한국 영화의 폭력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도 그런 고정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촬영을 할 때에도 계절이 많이 바뀌어서 힘들었는데 식용색소를 뿌려 가면서까지 장면의 느낌을 살려내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작품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배우들과 스탭들이 6개월간의 촬영을 통해 동막골화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배우들의 수염과 머리를 동막골 사람처럼 기르도록 했고, 대본만을 외우는게 아니라 강원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언어수업과 프리토킹 테스트가 이뤄지기도 했지요. 멧돼지 시퀀스에서는 블루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배우들이 따로 촬영을 했는데, 배우들은 어떤 장면인지도 모르면서 주문한 오버액션을 매우 즐겁게 취해줬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일하는 동안 촬영도 실제 행복해지는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Q. 다음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내용은
계속해서 착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힘없는 자가 아닌 거대 권력에 똑같이 폭력이 아닌 지혜로 승리하는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휴식을 주는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기획된 질문 내용 중, 중복되는 일부는 대학원 대중특강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